"윤석열, 고립된 약자" 버티기 일축한 헌재
윤씨측 '지연 전략'에도 헌재 준비절차 종료
윤씨 대리인단 막무가내 주장에 헌재 '경고'
2025-01-03 17:19:27 2025-01-03 17:19:27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3일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한 윤석열씨 측은 탄핵심판 절차에서도 버티기로 일관했습니다. 윤씨 변호인단은 그가 ‘고립된 약자’라고 주장하면서 국회 탄핵소추에 대해선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윤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신속 재판에 나섰습니다. 이날로 탄핵심판 준비절차는 마무리됐고 오는 14일 본격 심리가 시작됩니다. 
 
정형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헌재는 이날 오후 윤씨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을 열었습니다. 지난해 12월14일 첫 변론준비기일처럼 수명재판관인 정형식·이미선 재판관의 지휘 아래 양측 주장과 증인·증거가 정리됐습니다. 대표 대리인으로 국회 측에선 장순욱 변호사, 윤씨 측에선 배보윤 변호사가 지정됐습니다. 
 
윤씨 측은 이날까지 비상계엄 선포 이유, 국회에 군·경을 투입한 이유 등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청구인인 국회 측에서 구체적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윤씨 측이 낸 답변서는 모두 심판 절차에 대한 이의제기였습니다. 
 
배보윤 변호사는 국회 탄핵소추의결서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는 이유에 관해 “구체적 입증은 추후에 봐야 할 것 같다”며 “국회 측에서 증거로 제출한 건 언론보도에 불과하다. 구체적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정형식 재판관이 “증거를 통한 입증을 청구인 측이 하더라도 군·경이 투입된 경위는 답을 해야 한다. 오전 답변서에 절차적 주장만 있지 내용적 주장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제야 배 변호사는 “내용이 방대하다”, “워낙 중요한 주장이다”라면서 양해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윤씨 측은 언론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배진한 변호사는 “대통령은 고립된 약자”라며 “한마디만 하면 (언론에서) 난도질당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재판관은 “판단은 언론이 아니라 재판관이 한다”며 “(계엄을 선포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의견이 없다는 건 이상하다. 어느 정도는 (의견을) 내가면서 해야지 심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씨 측은 재판부 구성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배보윤 변호사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부터 먼저 심리해야 한다. 국회의 한 총리 탄핵 의결은 정족수 위반으로 무효”라며 “현재 대통령 직무대행이 재판관 2명을 임명한 재판부 구성에 하자가 있다. 어떻게 탄핵심판을 받아들이겠느냐. 재판을 지연하는 건 아니고 (한 총리 탄핵심판) 판단이 된 뒤에야 원활한 변론에 참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이 무효기 때문에 한 총리의 권한을 대행하는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도 무효고, 그가 임명한 재판관에 의한 심리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입니다.
 
윤씨 측은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 등 공조수사본부의 수사기록 증거 채택에 대해 반대했습니다. 12·3 내란사태 관계자들을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세워 재판을 지연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배보윤 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도 수사기록 증거 동의 안 하면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윤씨 측 주장에도 불구하고 신속 재판에 의지를 보였습니다. 변론준비기일을 더 열어달라는 윤씨 측 주장을 기각하고, 오는 14일 변론기일에 들어가겠다고 한 겁니다. 이미선 재판관은 “변론준비기일까지 피청구인 측에 답변서 제출을 요구했는데, 양이 방대한 모양”이라며 “변론기일에서도 답변서 수정이 가능하니 제출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날 심판정에서 윤씨 변호인단은 막무가내 주장을 펼치다가 재판관으로부터 저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도 변호사는 “다른 탄핵심판 사건을 우선 심리해야 한다”며 “이번 계엄은 무차별 탄핵이 배경이다. 대통령을 먼저 파면하고 앞선 줄탄핵 사건을 기각하면 거대 야당의 탄핵남용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 변호사는 탄핵심판에 대해 “반국가 종북세력과 체제수호 국가질서 유지 세력 간 다툼”, “체제·가치·이념 투쟁의 장”이라며 “이에 맞게 대리인단은 변론하고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윤씨 측 변호인단은 서로 "다른 탄핵심판 사건 우선해야 한다", "수사기록 증거 능력 인정해선 안 된다" 등의 주장을 돌아가면서 반복했습니다. 그러자 정형식 재판관은 “오늘은 준비절차라 허용했지만 변론기일에 들어가면 미리 변호인들끼리 상의해서 중첩 발언을 해선 안 된다”며 “재판장 허가 전에 일어나서 불쑥 말하지 말라. 의견이 있다면 허가를 받고 답변해 달라. 변론에선 특별히 더 유념해 달라”고 지적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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