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에서, 최악의 여객기 참사가 터졌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인 3역'(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 직무대행·경제부총리)을 맡고 있는데요. 이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겸하게 됐습니다. '탄핵'을 고리로 헌법재판관 임명, 쌍특검법(김건희·내란 특검법) 수용을 압박하던 야당도 난처하게 됐습니다.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구급대원 등 관계자들이 파손된 기체 후미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 대행은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직후, 신속한 사고 수습을 지시했습니다. 정부는 최 대행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본격적으로 가동했습니다.
문제는 최 대행이 경제부총리로서 재난 대응 경험이 없는 데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기획재정부에도 관련 조직이 부재하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통령실·총리실이 기재부와 협조하는 형태로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고 수습에 주요 역할을 수행하는, 정부조직의 상당수는 최고 책임자가 12·3 내란사태로 물러나거나 구속된 사태입니다. 중대본 2차장도 이상민 전 장관을 대신해,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이 맡았습니다. 사고 수습에 중요 역할을 하는 국방부·경찰도 직무대행 체제입니다.
결국 최 대행에 대한 책임·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12·3 내란사태에서 촉발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를 압박하면서, 경제 대응만 해도 숨 가쁜 상황인데요. 외교·안보 등에 대한 의사결정에, 이젠 사고 수습까지 해야 합니다.
여당은 당장 야당의 '탄핵 공세'를 문제 삼고 나섰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국가적 비상사태에, 주요 부처 장관의 공백 상황이 대단히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의 목소리도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 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지체 없이 임명하고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면서도 "마지노선을 정하겠다는 논의는 하지 않았다. 믿음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김 총장은 '최 대행이 특검법에 재의요구를 할 경우, 즉각 탄핵에 나설 것인지' 묻는 기자의 말에 "좀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 인내심을 갖고 설득·대화도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참사 국면에서, 최 대행을 탄핵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참사 수습이 최우선'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민주당 고심은 커질 걸 전망입니다.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으로, 윤석열 씨 탄핵심판의 경우 장기화한다면 국정 혼란은 불가피합니다. 민주당으로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기 대선을 앞당겨야 합니다.
한편, 최 대행은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 여부를 내달 1일까지 결정해야 합니다.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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