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인정범위' 확대…임금체계 혼란 막으려면
대법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11년 만에 판례 변경
2025-01-01 06:00:00 2025-01-01 06:00:00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해 12월19일 대법원은 재직 조건이 부가되거나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문제 된 사건에서 기존의 통상임금 판단 기준의 법리를 바꾸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인 ‘고정성’을 제외한 겁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을 말하는데요(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연장근로나 야간 및 휴일근로 수당 등 각종 급여와 법정수당의 산정에 영향을 미쳐 근로자의 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
 
종전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속하는지에 관해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또 임금의 명칭이나 지급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해 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법령에 근거가 없는 고정성 개념을 추가해 판단했던 겁니다. 고정성이란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임금에 일정 조건을 부가해 지급하면 고정성이 쉽게 부정돼 연장근로 등을 한 근로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던 겁니다.
 
이번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건과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만 지급하는 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건에 대해 내려졌는데요. 두 사건 모두 고정성을 통상임금 인정 기준으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와 그렇지 않다면 통상임금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대법원은 법령의 근거가 없는 고정성을 판단 기준으로 한다면 통상임금의 범위가 부당하게 축소된다고 보고 종전과 달리 통상임금의 기준에서 고정성을 제외했습니다. 사용자가 재직조건이나 근무일수 조건 등을 부가함으로써 쉽게 통상임금의 강행성을 잠탈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로써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개념이므로, 그 가치가 온전하게 반영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통상임금은 각종 법정수당을 산정하는 기초가 됩니다. 이런 통상임금의 특성에 따라 사전적 산정 가능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보면서, 고정성 대신 소정근로의 온전한 제공이라는 전제적 개념에 충실함으로써 사전적 산정 가능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즉, 소정근로일수 이내 일수를 정한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이 정기성과 일률성을 갖췄다면 통상임금이고,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법원이 새롭게 정립한 판단기준을 보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이고,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이므로, 재직조건이 부가돼 있더라도 그 임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음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소정근로일수 이내의 근무일수 조건 부가는 통상임금이고,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소정근로를 넘는 추가 근로의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이 아님 △근로자의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일정한 업무성과나 평가 결과를 충족해야만 지급되므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워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으나,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최소 지급분은 소정근로의 대가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이번 판결은 임금체계의 근간이 되는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을 바꾼 것이므로 그 파급력이 클 겁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대법원은 판례변경의 소급효를 제한했는데요. 이 사건들과 병행사건(이 판결 선고 시점에 이 판결이 변경하는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다퉈져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는 새로운 법리를 소급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위 사건들을 제외하고는 2024년 12월18일까지 제공한 연장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은 종래 법리에 따라 산정하도록 한 겁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 판단 기준이 법령에 더 부합하고 본질을 중심으로 그 판단 기준이 정립되면서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통상임금이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억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판결이 내려진 겁니다. 다만 사업자 측에서는 임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데요. 사업자 측에서는 앞으로 연장근로 등을 최소화하고 임금 체계를 개편해 성과급 등으로 지급함으로써 통상임금에는 포함되지 않도록 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궁극적으로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의 불명확한 기준을 세분화하고 명확히 하는 입법적 해결이 필요합니다.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이고 그때다 대법원이 새로운 법리를 정립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통상임금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커지길 기대해 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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