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세웅 기자] 무안 제주항공 참사 조사와 책임자 범위에 대한 접근 방식은 세월호 참사 때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입니다. 생존자 면담, 블랙박스 확인 등 공중 교통수단이 제대로 운항이 되지 않은 원인을 찾는 조사가 이뤄지는 동시에 국가의 관리 책임을 폭넓게 묻게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2017년 3월16일 오전 9시쯤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남서방 1.7마일 해상에서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852t급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가운데 해경과 군당국이 헬기와 경비정, 특수요원 등을 동원해 수색을 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무안 제주항공 참사 조사 방향은 세월호 참사 때와 대체로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 교수는 세월호 진상규명 특검 후보 추천 위원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특히 최정학 교수는 조사가 장기화되고 특별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짚었습니다. 최 교수는 "사고는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데 최소한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데, 세월호도 그랬다"며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꾸준하고 정확하게 진상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권영국 변호사도 "세월호는 선박 안전 관리 감독을 제대로 했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고 실제 조사가 됐었는데, 이번에도 국토교통부가 제대로 항공기의 안전 문제에 대해 관리·감독을 했느냐가 따져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권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을 했습니다. 권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조사를 하겠지만, 불충분하다면 국회에서 조사위원회 등을 만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6개월에서 3년까지 소요될 전망입니다. 세월호는 진상규명을 위해 10년 동안 9개의 국가기관이 동원돼 원인을 조사했습니다. 당시 검찰과 해양수산부 해양안전심판원 등이 조사를 시작했지만, 살아있는 권력을 향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국회는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켰고, 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 활동을 이었습니다.
두 참사의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세월호 특조위와 선조위에서 활동했던 권영빈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는 구조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고, 이번 참사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세월호 유족들을 대리해 국가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김도영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에서는 사망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된 과정에서의 국가 책임을 물었는데, 이번 참사는 이런 부분에서 세월호와 비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조사 흐름이 세월호 참사 때와 비슷하게 흐를 것이라는 예상은 일치했습니다. 권영빈 변호사는 "대형 참사는 단순히 조종사 과실, 비행기 정비 불량과는 다르다"며 "국가 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김도영 변호사는 "비행기 안전 운항에 대해 국가의 지도와 관리 책임이 인정되느냐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12월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주항공 참사의 핵심 원인은 랜딩 기어(착륙 장치) 오작동입니다. 이를 유발한 원인으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거론되지만,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이 있다 하더라도 나머지 엔진으로 랜딩 기어를 충분히 내릴 수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국토부도 지난해 12월30일 "통상적으로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 고장은 상호 연동되는 경우가 없다"고 했습니다.
제주항공이 기체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제주항공 정비사들은 하루 13~14시간,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야간노동을 하고 있다며 정비가 잘 안 되는 위험한 비행기라는 익명 커뮤니티에서의 폭로가 있었습니다. 2023년 정비 불량으로 엔진이 고장 나 회항했음에도 외부에는 조류 충돌이라고 설명하며 결함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최정학 교수는 "비행기 운항 전 충분한 준비가 없던 데에 대한 과실을 묻게 될 것이고, 준비에 문제가 있었다면 국토부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따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5월 국토부의 '2023년 항공운송서비스 평가결과 발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안정성 항목에서 2021년 C++등급, 2022년 A++등급, 2023년 A등급을 받았습니다.
권영빈 변호사는 "(버드 스트라이크가 문제라면) 무안공항에 조류 충돌 발생 비율이 국내공항 중 최고로 높다는 점에서 운영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의 관리 체계에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안공항은 전국 14개 공항 중 조류 충돌 발생률이 0.09%로 가장 높습니다. 주요 공항인 김포공항은 발생률이 0.018%, 제주공항은 0.0113%입니다.
임세웅 기자 sw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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