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기자]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이후를 대비한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습니다. 내란죄에 대한 특별사면을 제한하고 탄핵을 당한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각종 혜택을 차단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내란죄 피의자인 대통령 윤석열씨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면법 개정안이 현재까지 5건 발의됐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지난 13일 내란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행사할 때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김 의원은 "탄핵으로 파면된 자나 헌정질서를 파괴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특별사면 시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해 면죄부 남용을 방지하려는 취지"라면서 "내란 범죄자 윤석열씨가 특별사면을 통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안건으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법은 대통령에게 사면, 감형, 복권을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일반사면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사면법에서는 특별사면은 국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어 정치적 남용 가능성이 꾸준히 지적됐는데요. 이에 김 의원 외에도 최민희, 이기헌, 곽상언, 이연희, 권향엽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유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습니다.
탄핵 당한 대통령의 처우와 관련된 법안도 속속 제출되고 있습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13일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공무원에게 해당 기간 보수를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공적 자금으로 보수를 지급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입니다.
또한 전직 대통령 예우를 추가로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현행법은 탄핵으로 물러난 전직 대통령에 대해 기본적인 예우를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여전히 제외되지 않은 특혜까지 차단하려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습니다.
박용갑 민주당 의원은 12일 내란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대통령을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여권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현재는 예우가 박탈된 전직 대통령도 해외 방문 시 신변 보호를 이유로 간소화된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는 외교관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이를 제한하려는 것입니다.
황명선 민주당 의원은 16일 탄핵을 당하거나 내란죄로 실형을 받은 대통령을 국가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국가장법 개정안 발의했습니다. 황 의원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로를 기리는 국가장의 취지에 반하는 인물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포스트 탄핵'을 대비한 사면법 개정안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제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조민행 법무법인 민행 대표변호사는 "사면은 사법부의 엄격한 절차를 통해 확정된 형을 정지하거나 복권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삼권분립 체제에서 매우 예외적인 규정"이라면서 "국가 원수로서의 지위에서 행사되는 특별한 권한이지만 이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면권을 행사할 때 한계나 기준이 있어야 하며, 헌정질서를 훼손한 경우와 같은 사안에서는 입법부 차원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오른쪽)이 유상범 국민의힘 간사(왼쪽), 김승원 민주당 간사와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승주 기자 sj.o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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