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재계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경기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에 더해 정치적 리스크라는 복합 위기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탄핵으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경제회복이 과제라며 탄핵 정국 수습과정에서 산업 지원을 위한 주요 법안들이 지연돼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여야 이견 없는 법안 통과 촉구"
15일 재계에 따르면 산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됐다면서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주요 산업 지원 법안에 정치권이 협조해달라는 의견이 컸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주요 기업 한 관계자는 "계엄 사태 후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신인도가 많이 떨어져 있다. 실제로 비즈니스하기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탄핵을 통해 후속 절차를 밟게 된 게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훨씬 낫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헌법재판소 인용과 차기 대선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이어서 그 기간 동안 산업계 주요 법안들이 골든타임을 놓칠까 우려된다"며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법안은 시급히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산업계에선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 특별법이나 인공지능(AI) 산업을 육성·지원하는 AI기본법 등을 무쟁점 법안으로 보고, 통과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의 처리나 주 52시간 예외 조항, 상법 개정안 논의 등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계엄 사태 이후 누가 한국 정부의 실권자인지 모르는 사실상 외교 공백상태였다. 해외 바이어들도 국내 어수선한 상황에서 기업들과 선뜻 협약을 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탄핵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수반이 임시로라도 국무총리로 넘어갔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불확실성이 걷힐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대행 체제로 움직이게 된 정부가 탄핵 정국을 수습하는 데 이어 주요 산업 지원 법안도 신경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일대에 탄핵 촉구 집회 참석자들이 운집해 있다.(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기업 활동, 정부 협상 공백 없도록 해달라"
신속한 탄핵 정국 수습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빨리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서 안정이 돼야 한다"며 "특히 국가 기간 사업 분야는 정부에서 카운터 파트로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없단 점에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정치 리스크로 주요 기업들 상당수가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탄핵 정국에서 재계가 추진해온 산업계 논의들이 올스톱됐는데, 정치 리스크가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 만큼 빨리 수습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특히 한 달 뒤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환경이 급변을 예고하는 만큼, 정부가 빈틈없이 통상 관련 문제를 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주요 기업 다른 관계자는 "조기 대선과 새로운 정부가 꾸려질 때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릴텐데, 그동안 재계는 또 진공 상태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며 "새 정부가 꾸려지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치더라도 이미 트럼프정부는 안착했을 텐데, 초기에 미국 측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가 없는 상황이 가장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 리더십 공백 속에 글로벌 무역전쟁의 골든 타임을 실기하지 않을지 걱정"이라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한국의 국정 혼란을 틈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협상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기업 스스로 트럼프 리스크를 대응하기에는 어려운데, 그렇다고 정부의 협상력에 기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외교 협상 역량을 모아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경제단체들도 탄핵소추안 가결과 관련해 경제 혼란 최소화를 주문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혼란스러운 정국이 조속히 안정되고 국정공백이 최소화되도록 국회 및 정부에서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며 "국민경제의 일원으로서 기업들도 본연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이번 탄핵정국으로 인한 국정공백이 빠르게 해소돼 대외신인도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길 바란다"면서 "지금은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제계도 우리 경제의 안정과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논평을 통해 "경영계는 혼란스러운 정국이 조속히 안정화되길 바란다"며 "기업들은 경제 안정을 위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총은 "탄핵정국에 따른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비상 경제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국회는 현명하고 조속한 사태 수습을 위해 초당적 차원에서 여야 간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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