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되면서 향후 양사의 완전한 통합까지 해결할 과제들이 주목됩니다. '통합 대한항공'은 본격 합병을 통해 매출 21조원, 항공기 226대, 임직원 2만7000여명의 글로벌 10위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29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위한 선결 요건이 모두 충족됐다고 판단해 심사를 종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이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지 약 4년 만의 일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한항공은 다음달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기업결합 절차를 최종 완료할 계획입니다. 이후 2년 간의 독립 운영 기간을 두고 화학적 결합에 주력할 전망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일리지 통합 문제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마일리지 전환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시장에선 대한항공 대 아시아나의 마일리지 가치를 1대1로 여기긴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보통 1000원당 1마일을 적립하는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에 1.5마일을 제공해왔기 때문입니다. 현재 양사의 미사용 마일리지 규모는 총 3조5000여억원(회계상 부채) 이상으로 집계됩니다.
대한항공은 이를 감안해 전문 컨설팅 업체와 협업해 전환 비율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제출하고,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2019년 말 기준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선 안 되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완전히 흡수한 2년 후부터 통합 마일리지가 적용됩니다.
양사 간 중복되는 인력 재배치와 고용 승계,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정상화 작업 등도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통합 과정에서 인위적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통합 항공사의 사업량이 늘어나면 필요한 인력도 늘어나기 때문에 인력 통합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항공 업무가 운항과 연관된 인력들이 다수를 차지해 업무의 성격도 다르지 않기 때문에 직무 재교육을 통해 인력 재배치 한다는 계획입니다.
피인수되는 아시아나 직원들과의 조직문화 통합 등 화학적 결합도 향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양사 조종사 간 기수 정리의 경우, 같은 직급이라도 대한항공 조종사의 연차가 아시아나항공 연차보다 높습니다. 이 경우 통합 과정에서 연차가 낮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가 같은 직급으로 대한항공 조종사 집단에서 반발 가능성이 큽니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이후 적용할 통합 기업 이미지(CI)와 기체·유니폼 디자인 등도 고안 중입니다.
합병에 따른 항공 가격 상승, 소비자 편익 감소 등 독과점 폐해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과제입니다. 대형 단일 국적항공사가 생기면 노선 및 기재 운영의 글로벌 경쟁력, 유류 도입 원가, 기재 리스비 등 협상력이 커집니다. 반면 유일한 대형 국적항공사가 되기 때문에 독과점 체제에 따른 운임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입니다 양사 중복 노선 통폐합에 따라 소비자 선택지가 줄어드는 점도 해결할 문제입니다.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와 주기장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합 진에어, '메가 LCC'…업계 판도 출렁
양사 합병에 따른 통합 저비용항공사(LCC)가 출범하면서 LCC판도도 출렁일 전망입니다. 대한항공 계열인 진에어가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흡수하면 3개 LCC가 합쳐친 '메가 LCC'로 거듭나게 됩니다.
통합 진에어는 제주항공을 넘어 LCC 업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합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세 항공사의 노선이 겹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과정에서 노선 조정이 이뤄질 수 있지만, 메가 LCC의 출범으로 기존 LCC 경쟁 판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최종 승인되며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안정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법무부의 추가 소송 제기가 없다면 주요국의 기업 결합 승인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다만 대한항공의 향후 2년은 과도기적 구간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근원적으로는 합병 시너지가 본격화되는 2027년의 영업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을 보다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 연구원은 "합병 이후로는 원거리 지배력 강화에 따른 여객 수익의 안정적인 매출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며 "대한항공이 그간 시클리컬(경기 민감) 기업으로 평가됐다면 합병 대한항공은 사이클을 탈피한 구조적 성장 가도에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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