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리베이트와 불법 임상시험 의혹으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져 2022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이 최근 복귀를 알렸습니다.
14일 안국약품 공시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기존 원덕권 대표이사에서 어진, 원덕권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습니다. 어진 부회장이 안국약품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지 2년 만에 다시 오너 2세 경영체제가 시작된 것인데요.
일각에서는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지 두 달 만에 경영 복귀하는 것이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어진 부회장은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없이 안국약품 중앙연구소에서 개발단계에 있던 혈압강하제를 직원 16명에게 투약하고, 이듬해에는 직원 12명에게 항혈전응고제를 투여하고 동물을 상대로 한 비임상시험 데이터를 조작한 뒤 이를 식약처에 제출해 승인받은 혐의로 2019년 기소됐는데요. 어진 부회장의 불법 임상시험과 관련한 형은 확정됐지만 아직 리베이트 혐의 관련 재판은 진행 중으로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어 부회장은 2019년 7월부터 의사 85명에게 약 89억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죠.
어진 부회장이 리베이트와 관련된 사법 리스크 부담과 세간의 따가운 시선에도 서둘러 경영 복귀에 나선 까닭은 상속세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어진 부회장은 경영 일선 후퇴한 당시부터 줄곧 안국약품 지분 43.22%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사내이사 지위를 유지하며 대표이사 복귀 시기를 엿보고 있었는데요.
안국약품 창업자 고 어준선 명예회장의 장남인 어진 부회장은 2022년 부친으로부터 약 260억원 상당의 안국약품 지분 20.35%를 상속받았습니다. 지분 상속으로 인해 약 160억원의 상속세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어 부회장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통해 상속세를 공제받으려면 상속세 신고 기한으로부터 2년 이내 대표이사직에 올라야 하는데요. 어진 부회장이 가업상속공제 제도 요건에 해당하려면 내년 2월 전 대표이사직에 올라야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어진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책임 경영을 실천하기 위함이 아닌 단순히 상속세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보로 읽혀 비판의 소지가 있습니다. 리베이트와 불법 임상시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오너가 다시 경영을 맡는 것은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어진 부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추락한 안국약품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인데요. 하지만 지난 4일 에소펠정20mg, 에소펠정40mg 제품이 성상부적합에 따른 품질 문제로 식약처로부터 영업자 회수 조치를 받아 의약품 관리 소홀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한편 전문경영인 원덕권 대표 임기가 내년 3월25일에 만료되는 가운데 어진 부회장의 단독 경영체제로 바뀔 가능성도 있어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안국약품 본사 전경(사진=뉴시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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