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과 함께 서울·수도권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등 ‘엇박자 행정’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내년도 공공임대주택의 전체 공급 목표를 늘었지만, 예산안은 전년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겁니다.
11일 참여연대가 발표한 ‘2025년 공공임대주택 예산안 분석 결과’를 보면, 내년도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량은 15만2000호로 전년 대비 3만7000호(32.2%)가 증가했지만, 예산은 13조9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15.4%) 감소했습니다.
특히 매입임대주택 공급량은 올해 4만호에서 내년 6만7000호로 67.5% 급증한 반면, 예산은 6조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45.1%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피해주택의 매입범위를 확대하고 공공임대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이에 정부도 서울과 수도권 지역 매입임대주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2025년 공공임대주택 예산안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공공임대주택 중 건설임대주택 공급량 역시 내년도 4만호로 전년 대비 1만호(14.3%) 늘었지만, 예산안은 5조2900억원으로 같은 기간 3900억원(6.8%) 줄었습니다. 참여연대는 민간임대주택의 보증금 지원에 불과해 공공임대주택의 주거 안정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전세임대주택만 공급량과 예산이 동일하게 12.5% 증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재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서민들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영구임대와 국민임대, 행복주택 등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예산은 29.3% 삭감됐는데, 이는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더욱 대비된다”며 “윤석열정부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출자예산은 연평균 26.3% 감소한 반면, 문재인정부에서는 연평균 34.1%가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줄어든 공공주택 예산, 제대로 집행도 안돼”
줄어든 장기공공임대주택 예산조차 제대로 집행되지 않으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서 확정된 지난 2022년 장기공공임대주택 예산 15조6000억원 중 3조2000억원(20.3%)을 삭감하고 12조3000억원만 집행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체 예산 10조9000억원에서 4조원(36.2%)을 삭감하면서 6조4000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강훈 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은 “정부가 조 단위에 이르는 지출사업을 국회 동의 없이 수정하고 이를 집행하지 않는 건 법을 무시하는 행태”라며 “국회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최근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각종 참사가 일어나면서 공공임대주택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다 전세사기 등으로 인해 세입자들이 안전한 공공임대주택에 몰리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공공임대주택 예산 확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 내내 부자감세와 파행적인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실행되면서 공공주택 입주 경쟁률이 수천대일까지 치솟고 입주대기 기간도 늘어났다”며 “여기에 내년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이 늘었는데도 예산은 전년보다 오히려 줄어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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