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가계대출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정부가 디딤돌대출 규제 방안을 내놨습니다. 출산가구,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지속하되 '수도권 아파트'만 신규 대출부터 규제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은 그동안 '엇박자' 가계부채 대책을 반복해 왔는데요. 디딤돌대출의 경우 축소를 번복하며 시장 혼란을 자초하다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방공제' 적용…'후취담보 대출' 제한
국토교통부는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기금의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한 조치로 '주택도시기금 구입자금 대출(이하 디딤돌대출)' 맞춤형 관리방안을 시행한다고 6일 밝혔습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디딤돌대출에서 예외를 뒀던 '방공제'를 적용하고, 새 아파트 입주 시 필요한 '후취담보 조건 대출'도 제한해 한도를 축소하는 겁니다.
'방공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주택의 방 수만큼 일정금액을 빼고 대출 금액을 산정하는 것을 뜻합니다. 아파트의 경우 1개만 공제하는데 지역별로 공제금액이 다릅니다. 서울은 5500만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4800만원, 광역시는 2800만원, 그 외 지역은 2500만원 등을 대출금액에서 공제합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과밀억제권역) 소재, 5억원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 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하고 방공제가 없으면 대출가능금액은 3억5000만원이지만, 시행방안이 적용될 경우 대출금액은 방공제 금액 4800만원을 뺀 3억20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후취담보 대출'은 입주 전 주택에 먼저 돈을 빌려준 뒤 주택이 완공돼 소유권 설정이 가능한 경우 담보를 설정하는 방식인데요. 이를 제한하면 신축 단지 입주자들이 잔금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재개발·재건축 등 시중은행이 입주자 대표회의와 협약을 맺고 공급하는 집단대출이 활성화돼 있는 점 △현재 예외적으로 은행 지점장 판단 하에 허용하는 점 △한정된 기금 재원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담보 취득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해 기금에서 후취담보 대출은 취급을 자제한다는 설명입니다.
가계부채와 주거안정 사이 '고육지책'
그동안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와 '주거안정'이라는 상반된 정책 목표를 놓고 갈피를 못 잡는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실제 지난달 3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이전 달보다 6조원 증가했습니다. 특히 인터넷은행과 2금융권 가계대출이 주요 은행 대비 4배 이상 폭증했습니다.
가계대출 증가와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 정책대출 규모를 관리하면서도 '서민층 주거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도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건데요. 정부는 디딤돌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시중은행에 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했다 실수요자 반발이 커지자 시행을 유예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수도권만 유예기간 후 축소하겠다고 밝혀 혼란을 자초했는데요.
결국 지난달 24일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정책 혼선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저출생 해결을 위해 정책대출 대상을 늘린다는 것은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지만 통일된 지침이 없는 데다 기금 재원이 부족해 과도한 대출도 막아야 했다는 해명입니다.
이날 발표한 시행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실수요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맞춤형 조치를 내놨는데요. 규제는 수도권 소재 아파트에 한해 적용하고, 지방 또는 비아파트의 경우는 제외했습니다.
인구감소 및 저출생 대응을 위한 신생아 특례대출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용 대출 등도 적용을 배제합니다. 연 소득 4000만원 이하 가구가 3억원 이하 저가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도 제외됩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경우, LTV는 80%로 유지해 지원하되 방공제 의무 적용, 후취담보 제한 등 조치는 그대로 적용합니다.
이번 조치는 약 한 달의 유예기간을 두고 12월부터 시행되며 2일 신규 대출신청분부터 적용됩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집값 상승은 일부 지역에서의 국지적 상승으로 여전히 양극화가 심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집값 상승을 무턱대고 막으려고 하니 부처마다 권한과 업무 영역이 달라 엇박자가 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보완책을 내놨지만 디딤돌대출의 기본적인 목표가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며 "대출한도가 줄어들면 대출을 최대한 일으켜야 집을 살 수 있는 수요층은 주택구매가 불가하지만 좀 더 적은 대출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주택구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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