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대출 이자가 올라 차주들이 고통 받는 사이 은행들은 손쉽게 이자이익을 늘렸다며 은행에 혁신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제동을 걸며 부처 간 엇박자 논란을 낳은 데 대해선 국토교통부 견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국토부 정책대출 견제 아냐"
김 위원장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가계대출 대책을 둘러싼 부처 간 엇박자 논란에 대해 해명했습니다. 금융당국의 의견에 따라 HUG가 자본확충을 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중단했는데요. 당초 HUG는 전세사기와 역전세 등으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대위변제가 급증하자 자본 확충을 위해 최대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계획한 바 있습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중단되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전세대출 보증 업무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국토부 주도의 정책대출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디딤돌 등 정책대출은 대부분 HUG의 기금에서 나가기 때문에 신종자본증권 발행과는 관계가 없다"며 "일부 보도를 보면 금융위가 국토부의 정책대출 증가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HUG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브레이크를 걸었다고 하지만 두 이슈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채권 발행을 위한) 유가증권신고서를 내고 일반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충실히 고지할 필요가 있고, 당국과 HUG가 협의를 하는 과정이었다"라며 "HUG의 자본 확충과 건전성 제고에 차질이 없도록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은 실수요자와 가계대출 증가 상황을 봐서 판단해야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그는 "대출을 받을 때 감당할 수 있는 소득 범위 내에서 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지속·확대돼야한다"며 "다만 전세대출 차주 상당수는 무주택자이자 실수요자로 보고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금융 풍선효과 예의주시
가계대출 관련 추가 정책은 10월 규모가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취급을 축소하면서 2금융권에 가계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태입니다.
김 위원장은 "가계대출은 추석 연휴 등이 있던 9월보다 증가폭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며 "정확한 숫자가 나와야 추가 조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증가 수준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성에 대해선 국토부와 방향이 같다"고 밝혔습니다.
가계대출 증가로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두며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은행권에 대해서는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날 금융의 날 행사에서 금융권 관계자들에게 '최근 은행 이자수익 증가에 대한 비판이 궁극적으로는 금융이 충분히 혁신적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수출을 많이 하는 제조업의 경우 수출 시장에서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해 혁신한 결과로 이익이 났다"며 "그러한 점에서 은행은 혁신을 했냐는 문제의식을 던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잔액을 베이스로 예대마진은 좀 떨어졌지만 은행 자산이 늘면서 이자이익이 커졌다"며 "우리는 변동금리 비중이 크기에 금리가 상승하면 이익이 많고 떨어지면 줄어드는 패턴이지만 대출 차주는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전세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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