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특검법' 관련 질문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발의 계획도 밝히지 않으며 말을 아꼈습니다. 대신 향후 김건희 여사 문제를 예방하는 방안으로, 대통령 친인척의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는데요.
특히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선 '김 여사'의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 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와 관련한 '3대 조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결기를 보여줬던 한 대표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김건희 리스크' 겨냥 "11월 내 매듭지어야"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저는 우리 윤석열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남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다만 한 대표는 "(윤석열정부의) 개혁 성과들이 몇몇 상황들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우려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고 토로했습니다.
약 17분간 이뤄진 모두발언에서 한 대표는 김 여사와 함께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한 대표는 "몇몇 상황들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우려", "국민들이 우려하는 지점", "다가올 폭풍" 등을 언급하며 김 여사 문제 해결이 조속히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한 대표는 최근 제기된 김 여사와 관련된 문제들을 겨냥해 "(국민의) 우려와 실망을 해결하지 못하면, 개혁 추진은 어렵다"며 "개혁의 동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겨울 추위 찾아오기 전 11월 내에 먼저 매듭지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드러난 문제들을 비롯해 국민들이 우려하는 지점들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 대표가 11월 내에 매듭지어야 한다고 언급한 사안은 김 여사 관련 '대외 활동 중단·대통령실 인적 쇄신·의혹 규명 협조' 등 3대 요구안과 함께 특별감찰관 부활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대표는 이어 "국민의힘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지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다음은 없다"며 당의 변화와 쇄신을 거듭 주문했습니다. 이어 "우리에게는 2년 반이 남아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긴 시간"이라며 "2년 반의 당과 정의 성과가 다음 정권의 향방을 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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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없단 지적에도…"특별감찰관 필요" 되풀이
회견문 낭독이 끝나고 이어진 한 대표와 기자들의 질의응답에서 김 여사의 이름이 처음으로 거론됐습니다. 한 대표는 '국민들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해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우려와 걱정이 있고, 그 문제가 주요한 부분이란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한 대표는 앞으로 김 여사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특별감찰관'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특별감찰관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과 관련한 문제를 예방하는데 중점이 있는 기관이다. 지금 그런 역할과 기능이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이 그것조차 머뭇거린다면 '민심을 알기나 하는 건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대표는 특검(특별검사)이 아닌 특별감찰관 도입으로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효성이 있겠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특별감찰관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문제가 안 됐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변화와 쇄신의 주체가 되기 위한 태도와 입장을 보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여사 관련 문제의 실체를 규명할 해법인 특검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 대표는 또 당 내부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이 관철되지 않으면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특별감찰관은 관철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며 "그것도 안 해서 어떻게 민심을 얻나. 관철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질문에서도 한 대표는 향후 특검법에 대한 계획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특검' 또는 '특검법' 표현 자체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김 여사 관련 문제를 요구한 것을 사실상 모두 거부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윤 대통령은 다음 달 10일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국면전환용 인사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김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나 김 여사의 직접 사과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특히 대통령실은 특별감찰관과 관련해서는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별감찰관 문제로 한 대표와 대립하고 있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바빠서 못 봤다"고 밝혔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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