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2024년 국정감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번은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이기도 했는데요. 어느 의원이 어떤 질의로 국감 대상기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을까요?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평가 대상으로 삼는 11개 기관 중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가 속한 정무위원회와 수출입은행이 속한 기획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정무위와 기재위 국감에서는 수출입은행을 대상으로 체코 원전 관련 금융지원에 관한 질의가 집중됐습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기관에는 업무 및 역할에 대한 정책질의가 이어졌습니다. 아직 22대 국회 임기 초반인 시점이라서일까요. 개별기관 이슈에 집중하려는 모습은 엿보였지만, 대안이나 해법까지 파고드는 의원은 드물었습니다.
정무위 의원 가운데 두각을 나타낸 이로는 유동수 의원이 꼽힙니다. 기관에 대한 지적과 대안은 물론 정무위 의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기관 설립목적에 대해 거론하는 등 정책금융기관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을 드러냈습니다. 3선의 노련함이 국정감사를 통해 여실 없이 발휘됐습니다.
답변에 나선 기관장들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겠지요. 강석훈 산은 회장은 벤처 투자 등의 질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질의에 짧게 동의를 표하는 데 그쳤는데, 지난해에 비해 다소 '힘이 빠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원목 신보 이사장은 의원들의 적극적으로 질의에 해명하며 내년 예산 통과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니다. 김경환 주금공 사장은 지난달 임명됐음에도 업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여줬습니다.
산은 부산 이전 질의 '1건'…유동수, 국책은행 배당 '맹공격'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산업은행, 기업은행에 대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유동수 의원 블로그)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연이은 정부의 현금배당으로 인한 산은 경쟁력 저하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유 의원은 정부가 현물 출자를 하면서도 현금 배당을 가져가는 행태가 결국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팔지도 못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식을 출자하고 배당으로 최근 3년간 1조8000억원 넘게 가져갔다"며 "자본금 26조원 중 15조 가량이 현물출자로, 이렇게 운영하면 산은의 BIS 비율은 계속 떨어진다"고 꼬집었습니다.
또한 우발적 손익이 정부배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산업은행이 체계적인 배당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산은은 지난 2021년
HMM(011200)전환사채(CB) 보통주 전환에 따른 처분 손익, 지난해
한화오션(042660)(구 대우조선해양) 관련 충당금 환입 등의 이슈가 불거진 해에 당기순이익이 급증한 바 있습니다. 유 의원은 정부의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식 현물 출자가 BIS 비율 악화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설명하며 배당 시스템 개선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강 회장은 해당 이슈에 대한 설명이나 해명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짧게 대답하는 데 그쳤습니다.
유 의원은 산은뿐 아니라 기업은행에도 특수목적 은행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특히 정무위 의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양 기관 설립목적을 거론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유 의원은 "기업은행이 취급하는 여러 기업이 시중은행보다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높을 거라 예상하지만 예대마진이 시중은행뿐 아니라 산은보다도 높다. 배당도 시중은행보다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산업은행 사례와 마찬가지로 기업은행에도 현물로 출자하면서 현금으로 배당을 두둑히 챙기는 행태에 대해 "중소기업과 산업을 위한 특수목적 은행인데 정부가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윤석열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산업은행 본점 이전 관련 질의는 한 건에 그쳤습니다. 부산진구를 지역구로 둔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20대와 21대에서 부산 이전 법안이 7건 발의된 점, 현 정부에선 국정과제라는 점을 짚으며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추진 현황을 물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결국 법이 개정돼야 완성된다"며 국회와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강 회장은 산은 업무보고를 통해 남부권 투자본부 설립 현황을 보고했을 뿐 국감에서 본점 이전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산은 혁신성장금융 지원 역할 지적도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이전에 비해 감소한 산은의 벤처 투자 규모를 두고, 주요 업무 중 하나인 혁신성장금융 지원에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물었습니다. 박 의원은 "(강석훈 회장) 취임 후 전체 벤처에 대한 투자 규모를 보면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산은은 벤처 시장 침체에 따른 결과라고 해명했습니다. 김용만 민주당 의원은 산은이 올해 투자유치 플랫폼 '넥스트라운드'를 '스타트업 불모지'로 알려진 일본에서 개최되는 점을,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250억원 규모의 큐텐 계열사 전환사채(CB) 인수를 문제 삼았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산은의 자본금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산은과 기업은행에 MG손해보험에 국책은행으로서 투자나 공동출자에 나설 의향이 있는지 질의했습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기업은행이 부산, 광주, 경기도 등 시금고 입찰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따져물었습니다. 김 행장은 "중소기업에 양질의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했다"며 "부산시 지원 과정에서 지방은행이 있는 지역에 대해 달리 생각해야겠다 느꼈고 지방은행과 경쟁하는 건 지양하며 상호 협력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은행 횡령 사건에 대한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김 행장은 "(징계 부과금 규정은) 노사간 현실적으로 협의가 안되면 실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노조를 설득해서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대책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이강일·김상훈, 티메프 사태서 신보 '매출채권보험' 주목
지난 14일 부산에서 열린 신보와 주금공 국감에서 신보에는 매출채권보험과 티메프 대출 지원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습니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티메프 사태 전체 피해자 중 신보의 매출채권보험 구제를 받은 기업이 단 6개에 불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원목 신보 이사장은 "지원 연장이 돼야 한다"며 "매출채권보험 사업은 정부 출연금을 재원으로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들어왔으며 내년도 예산에 200억원이 계상돼 있는데 꼭 통과시켜 주면 감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도 매출채권보험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투자 옵션부 보증 사업에 대해서는 박상혁 의원이 점검했습니다. 박 의원이 2016년부터 시행된 투자 옵션부 보증에서 투자 전환 케이스가 저조하다고 지적하자 최 이사장은 기업들이 투자 옵션부 보증보다 비슷한 성격의 보증 연계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신보가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 하기 위해 대구에서 활약해달라는 요청도 나왔습니다. 대구 달서구갑이 지역구인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신보가 대구에서 대구 지역에 대한 보증이나 지역거점대학 산학협력 등이 부족한 점을 근거로 들며 지역상생발전, 지역균형발전에 더 힘써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업무중복' 꼬집은 유동수…3선의 노련함 '눈길'
(그래픽=뉴스토마토)
유동수 의원은 특히 신보와 주금공의 업무중복 문제를 지적하며 정책금융기관 업무 및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습니다. 유 의원은 "신보가 코로나19에 대응해 수행한 여러 활동들 가운데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및 창업기업을 막론한 경영재원 활동 등은 다수의 정책금융 공공기관 등에서 기존에 개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업무로 상당히 공공기관의 유사 중복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시적으로 공동대응 거버넌스를 구축한 것으로 보완을 위한 것이지 중복 업무를 취급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과도하게 부여된 업무 중 일부를 타 기관 및 민간에 이관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어 "이행보증성 보증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맡고 금융성 보증은 주금공이 맡는 등 나눌 필요가 있다"며 주금공과 HUG의 기능 조정에 대해서도 짚었습니다. 최 이사장은 "신보가 설립 목적에 맞게 정책금융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라는 것과 재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역할 분담의 필요성이 있다는 데 충분히 공감한다"고 답했습니다. 김 사장 역시 "지적사항은 충분히 공감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유 의원의 질의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주금공에는 2명의 의원이 주택연금과 관련해 질의했습니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우대형 주택연금에 대해 "우대형 주택연금의 본래 목적은 주거 복지로, 모든 국민에게 고루 혜택이 가야 한다"며 "1년에 20명인 저가 주택 소유자 가입률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헌승 의원이 수도권에 편중된 주택연금을 지적하자 김 사장은 "지방 소도시 가입을 유인하고 지자체와 협력해서 비수도권 지역 가입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개선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기관장의 이력을 들어 해당 기관과는 거리가 있는, 정부 정책 평가에 대한 질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김경환 사장에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설계한 대로 진행되는지 물었습니다. 9월 주금공 사장으로 임명된 김 사장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서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의원이 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자 김 사장은 "지금 위치에서 답하기 조심스럽다"며 "공급 확대가 따라줄 때 주택금융 확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현물 출자·EDCF·한화 쏠림 지적…"중기·중견 지원 강화해야"
지난 21일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이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재위 피감기관인 수은은 '체코 원전 수주의 금융지원 여부'를 두고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체코 원전 수주에 집중한 가운데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현장 사진을 제시하며 수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철저한 사후관리를 주문해 주목을 받았는데요. 윤희성 수은 행장은 체코 원전 금융지원에 대한 수많은 질의에 '원칙대로 진행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천 의원이 EDCF 사업 사진을 제시하자 다소 당황하는 기색이었습니다.
기재위 소속 의원 27명 중 21명이 윤희성 수은 행장에게 수은이 발급한 '관심 서한(Support letter)'에 대해 따져물었는데요. 윤 행장은 "수은은 수출신용기관(ECA)로 한수원 체코 원전 사업에도 (관심 서한을) 관례상 발급했다"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서한으로 향후 체코 정부가 금융지원을 요청하면 OECD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반 리스크를 검토, 심사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정치적 이유로 결정하지 않겠다"며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수출입은행에 체코 원전 수주에 집중했지만 일부는 수출입은행 업무에 대한 지적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정부와 수은이) 국회의 판단을 회피하려는 방식으로 현물 출자를 쓰고 있다"며 현물 출자를 통해 법정자본금을 늘린 것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수은법에 따르면 정부 출자는 현금이 원칙(국회 승인 필요)이고 현물 납입은 예외입니다. 오 의원은 본질의 이후 추가 질의에서도 수은의 현물 출자에 대해 재차 의문을 표했습니다.
수은이 실무 대행을 맡고 있는 EDCF 관련 질의도 이어졌습니다. EDCF는 개발도상국의 산업화 및 경제발전을 지원하고 우리나라와의 경제교류 증진을 위해 설립된 기금입니다. 천하람 의원은 EDCF 가 진행된 이후 발생한 하자에 대해 따져물으며 철저한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EDCF를 통해 완공된 건물에서 전선과 골재 등이 노출되고, 누수 등 부실상태가 드러난 사진을 제시했는데요. 천 의원은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개원 후 직접 방문을 했는데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황한 윤 행장은 "저런 현장까진 챙겨 보지 못했지만 만약 이렇다면 EDCF 사업을 하고 사후 지원하는 업무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지 챙겨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천 의원은 "사업을 진행할 거면 제대로 해서 대한민국에 좋은 인상을 갖게 해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수출 팩토링 제도에서 중소기업이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출 팩토링은 수은이 기업의 외상수출거래에서 발생한 수출채권을 무소구 조건으로 매입하는 수출금융 상품입니다. 구 의원은 "중소·벤처기업에게 거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어 환영 받는 제도지만 (중소기업이) 수혜를 전혀 보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중소 및 중견기업의 EDCF 참여율 제고 방안을 촉구했습니다.
수은 전체 여신 중
한화(000880)가 차지하는 비중이 비대한 점도 문제로 꼽혔습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수은 전체 여신 잔액에서 한화에 대한 여신 잔액은 40%에 달할 정도로 많다"며 "수은 여신이 특정 재벌 기업인 한화 앞으로 많이 쏠려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윤 행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업체로 폴란드 등 국가에 수주를 많이 했고 한화에너지솔루션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수은이 지원하는 사업에 한화 그룹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21·22대 국회, 기재위 국감 요구사항 의결 안해…수은, 조치결과 공시 못해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22대 국회 개원 후 열린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첫 국정감사에서 정책금융기관을 향한 의원 질의를 평가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무위, 기재위 국감에서 의원들이 제시한 요구사항 및 처리 결과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산업은행(22건)을 비롯해 기업은행(14건), 신보(13건), 주금공(10건) 등은 2023년 국정감사 시정·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결과 및 향후 추진 계획을 알리오에 공시했습니다. 반면 수출입은행은 작년 국감 처리 결과를 공시하지 않았습니다. 21대와 22대 국회 기재위에서요구사항을 의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치 결과를 공시하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정재호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장은 "5개 기관 중 산은, 기은, 수은, 신보의 설립 근거법을 보면 중소·중견기업을 우선 지원육성하라는 법 조항이 있으며, 주금공법 제22조 2항에는 제1항의 14개 업무 수행 시 서민층 주택구입을 우선 지원하는 조문이 있다. 또한 이들 기관이 신용보증기금, 기간산업안정기금, 산업기반신보기금, 대외경제협력기금, 주택금융신보기금 등 1조원~40조원의 기금 하나씩은 꿰차고 있고 그 자금운용 레버리지가 20배수 가량이다. 하여, 법에 따라서 자금의 사용처가 중소벤처스타트업을 잘 키우는 일에 쓰여지는 지를 똑바로 봐야한다. 그런데 올해 국감에서도 이런 영역에 전문적 질의와 지적 사항이 너무 없어서 '국감 따로! 민생 따로!'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촌평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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