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MBK·영풍, 고려아연 인수전 첫 판정승…경영권 장악은 '미완'
지분 5.34% 확보해 의결권 우위 확보…"자사주 매입 막을 것"
영풍정밀 인수 실패, 이사회 장악 노리지만 주총 표 싸움 남아
엑시트 가능성은 의문…"독이 든 성배 될 수도" 우려 시선도
2024-10-15 09:48:05 2024-10-15 09: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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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MBK파트너스와 영풍(000670)고려아연(010130) 경영권 인수전 첫 전투서 판정승을 따냈다. 공개매수 결과, 의결권에서 고려아연보다 우위를 점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사회 장악과 경영권 확보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MBK파트너스에 대한 시장의 의문은 여전해 결국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진통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MBK·영풍 의결권 우위 확보에 그쳐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진행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 청약결과, 청약 주식 수는 총 110만5166주로 전체 발행 주식 수의 5.34%가 공개매수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발행주식 총수의 14.61%인 302만4881주를 목표로 주당 83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사진=MBK파트너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기존 보유 지분 33.13%에 공개매수로 확보한 지분 5.34%를 더해 모두 38.47%를 확보했다. 반면 현재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지분은 최 씨 일가 보유 지분 15.6%, 한화(000880)·현대차(005380)·LG화학(051910) 등 백기사 지분까지 33.99%다.
 
시장에선 이번 공개매수로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의 머니게임에서 첫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앞서 이번 공개매수에서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전체 지분의 약 3.5%만 확보해도 최 회장 측 의결권을 앞서고, 7% 안팎이면 의결권 과반을 얻는 상황이었다.
 
MBK파트너스는 의결권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현재 6명인 고려아연의 이사회에서 최소 5명 이상의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이 진행하고 있는 자사주 매입도 중단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성명을 통해 "최대주주로서 시장 투자자와 고려아연의 임직원, 관계사와 협력업체 등 다양한 소통을 이어가겠다"라며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차입방식이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발생시키고 있고 모든 방법을 강구해 이를 막겠다"라고 밝혔다.
 
미완의 승리…주총서 표 싸움 '관건'
 
첫 전투에서 승기를 잡은 영풍과 MBK파트너스지만 온전한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실패했다. 최소 29% 이상의 지분을 공개매수로 확보해야 절반이 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응모 수량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범 회장 측이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3만원보다 높은 3만5000원에 공개매수가를 제시한 영향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 9월19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2개년 동안 주총 출석률을 고려했을 때 44%정도 의결권을 갖고 있으면 원하는 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라며 "나머지 주주들이 모두 최윤범 회장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 지분의 7.5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란 변수도 있을 뿐더러 아직 외국인이 보유한 15%의 자금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결국 MBK파트너스의 전략은 소수지분 주주들의 주주총회 불참이 관건이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떠들썩하게 시장을 달군 지금, 소수지분 주주들이 막연한 불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에 따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보다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모펀드 MBK, 엑시트 '안갯속'
 
인수전 첫 전투가 치러졌지만 MBK파트너스의 투자회수(엑시트)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사모펀드는 지속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주체가 아니다. 기업 가치 정상화 이후 기업 매각이 목적이다. 일각에선 이런 사모펀드의 사업구조 때문에 MBK파트너스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투자자(LP) 가운데 중국계 자금이 일부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BK파트너스는 이에 외국으로의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 가치 16조원을 상회하는 고려아연을 인수할 국내 기업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지난 9월19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MBK파트너스는 국내 기업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고려아연은 지난 9월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사가 보유한 전구체 제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는 판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기술로, 자회사 켐코와 공동 보유하고 있다.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외국 기업이 고려아연을 인수하려면 정부 승인이 필요해진다.
 
한편으로는 업계에선 MBK파트너스가 독이 든 성배를 마셨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에서 고려아연을 인수할 마땅한 매각처가 없는 상황에서 인수과정에서 짊어진 채무 부담은 MBK파트너스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왔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훌륭한 딜은 인수뿐만 아니라 엑시트 전략을 갖춰야 하는데 엑시트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MBK파트너스 측에서 한화그룹이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을 흘린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외국계 기업으로 매각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고려아연이 지니는 국가 안보적 가치를 생각해 보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도 MBK파트너스는 수년째 홈플러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고려아연 인수가 빛나는 트로피가 될지 독이 든 성배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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