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제보자인 강혜경씨가 21일 "(명태균씨가) 저한테 지시할 때 일부 (여론조사) 데이터에 손을 대라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강씨는 앞서 <뉴스토마토> 단독 보도에 제보자 E씨로 등장한 인물입니다. 그는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제보자 역할을 했는데요. 이번 사태의 핵심 키맨인 그는 김 여사의 힘이 작용한 '김영선 공천'에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와 공천관리위원장을 각각 맡았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영선 공천, '김건희 힘' 작용"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씨는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강씨는 '미공표 여론조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될 때 (해당 조사가) 조작된 내용인 것도 보고가 됐냐'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명태균이) 저한테 조작을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명씨는 20대 대선 당시 그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미공표된 것을 포함해 총 81회의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요. 강씨는 "(여론조사 결과는) 오로지 명태균 대표를 통해서만 (대통령에) 전달이 되고 보고가 됐다"며 "(윤 대통령이) 흡족해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도 이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강씨는 대선을 앞두고 진행한 여론조사의 대가로 명씨가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씨는 '당시 윤석열 후보를 위해 진행한 여론조사 비용을 윤 대통령 부부에게 청구했느냐'는 전현희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명씨가) 돈을 받아온다고 해서 내역서를 만들었는데 금액이 총 3억7500만원정도였다"며 "돈을 받으러 서울에 간다고 했는데 돈은 안 받아오고 며칠이 지난 뒤 의창구 선거 준비하러 가야 한다 했다.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전 의원은 "(여론조사 비용인) 3억7500만원 대신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왔다는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는데요. 강씨는 "김건희 여사가 줬다"고 명확히 답했습니다. 그는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의원과 윤상현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 힘을 합쳐서 창원의창구 지역을 전략 공천 지역으로 만들었다.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공천 준 김건희, '명태균 생계' 책임지라 했다"
강씨는 김 전 의원의 국회의원 세비를 명씨와 절반으로 나눈 이른바 '세비 반띵'에도 김건희 여사의 뜻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김영선 6선 안 돼. 내가 아까 얘기했잖아. (김영선 의원이) 왜 공천받았는지 아시죠? 우리 명 선생님이랑 (막내 딸을) 책임지라 했거든"이라는 명씨의 육성 녹취가 공개됐는데요.
전 의원이 이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강씨는 "김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명태균 대표가 대선에 그만큼 힘을 쏟아부었고 도와줬기 때문에 김영선 전 의원한테 공천을 줬다는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김영선 전 의원이) 세비를 받으면 반을 명태균 대표에게 줬다"며 "공천에 기여했고, 김 여사가 명 대표와 그 자녀를 챙기라고 생계를 유지하라고 했기 때문에 세비를 이용해 도와줬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세비 반띵이) 선거운동 공식 비용을 되돌려 받는 차원이었나, 명씨의 생계를 보살피는 대가였나"라고 거듭 물었는데요. 강씨는 "녹취를 하나하나 확인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들었다"며 "녹취를 들을 때마다 김 여사가 등장을 한다. 명씨의 막내딸 이름을 거론하면서 김 여사가 명태균의 생계를 책임지라 했다"고 확인했습니다.
강씨는 '명태균이 자신이 입을 열면 한 달 내에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김 여사와 사적이든 공적이든 대화를 많이 나눴기 때문에 약점들이 좀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운을 뗐는데요. 그러면서 "명태균 대표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제가 하는 얘기가 다 위증이니 위증으로 고발을 안 하면 공적 대화를 다 풀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며 "저는 이게 압박, 협박으로 느껴진다"고도 증언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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