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청년 세대인 29세 이하의 고용보험 가입자가 2년 넘게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만명 이상이 줄어드는 등 '일할 청년이 사라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부는 인구감소 영향을 꼽고 있지만 불확실성에 따른 고용시장 '찬바람'과 일자리 질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청년 고용보험 가입자 '11만명' 급감
14일 고용노동부의 '9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중 29세 이하 청년층 가입자는 전년 동월보다 11만3000명 급감했습니다. 이는 고용보험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며 2022년 9월 이후 25개월째 내리막을 기록 중입니다. 40대도 4만9000명 줄었지만 29세 이하의 청년층 감소 폭과는 대조적입니다.
20대는 정보통신(-2만3000명), 도소매(-2만2000명), 사업시설관리(-1만3000명), 전문과학기술(-1만2000명) 등에서 많이 줄었습니다.
특히 서비스업에서의 감소세가 두드러집니다. 전체 연령대의 서비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 2022년 9월 1027만4000명에서 2023년 1050만4000명, 지난달 1068만1000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29세 이하의 경우 2022년 9월 185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0.7%포인트 감소를 기록한 이후 2023년 9월 -3.1%포인트, 지난 9월 -5.5%포인트로 떨어졌습니다. 올 9월 40대도 1.0%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이에 반해 30대, 50대, 60세 이상은 증가세입니다. 고용부 측은 "청년층 인구 감소 영향으로 분석된다"며 "고용보험 가입이 어려운 20대 초반 중심 인구 감소가 커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1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2024 민주노총 청년노동자대회에서 청년조합원 등 참석자들이 '사회에서 버려야하는 쓰레기'를 버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연금 장기체납자, 청년 세대↑
하지만 인구 감소 영향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습니다. 어려움 겪고 있는 20대가 많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의 전체 장기체납자 중 유독 청년 세대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실이 파악한 '최근 5년간(2019~2023년) 국민연금 체납 현황'을 보면 전체 체납자 비중은 21.0%(141만3842명→111만7338명)로 줄었습니다. 체납액도 19.9%(4조3060억 원→3조4506억 원)로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29세 이하 체납자수는 8%(7만5538명→8만1447명) 증가했습니다. 체납액도 7%(1272억원→1365억원) 늘었습니다.
지난해 연령별 체납자를 보면 50대 43만727명(38.5%), 40대 38만186명(34.0%), 30대 21만2874명(19.1%), 20대는 8만1447명(7.3%) 순입니다. 20대 체납자수가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입니다.
특히 29세 이하, 60대 이상 체납 상황은 올해 들어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올해 7월 기준 체납자수 비중은 20대 이하, 60대 이상이 각각 8.0%, 1.3%로 2019년 5.3%, 0.4%에 비해 증가했습니다.
아울러 지역 소득신고자 중 13개월 이상 '장기체납자'도 전체 연령대에서 감소하고 있는 반면, 20대 이하에서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20대 이하 장기체납자 비중도 5.3%(3만8711명)로 2019년 3.3%(3만5032명)와 비교해 2.0%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박 의원은 "국민연금 20대 체납자 증가는 그만큼 경제적 어려움 겪고 있는 20대가 많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4일 고용노동부의 '9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중 29세 이하 청년층 가입자는 전년 동월보다 11만3000명 급감했다. (사진=뉴시스)
"일자리 질 하락→쉬었음으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는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일자리의 질' 하락과 무관치 않습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 보고서를 보면 올해 2분기 기준 청년 쉬었음 인구 중 74.1%(30만3000명)는 구직 의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분기 기준 15~29세 청년 쉬었음 인구는 전년 동기대비 1만3000명 증가한 40만8000명에 달합니다.
특히 청년 쉬었음 인구의 71.7%는 전직 경험이 있었으며 41.1%가 일을 그만둔 지 1년 미만인 경우에 해당했습니다. 20대 후반은 쉬었음 인구의 88.6%가 일자리 경험이 있으며 과반수 이상인 51.8%는 1년 이내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숙박·음식점업의 임시·일용직으로 일한 20대 후반 남성이 청년 쉬었음 증가를 주도했습니다. 1년 이내 이직자 4명 중 1명은 숙박·음식점업, 제조업, 도매·소매업에서 임시 일용직으로 일한 겁니다.
윤정해 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 "취업을 희망하고 일을 시작할 수 있었으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로 48.9%가 '원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응답했다"며 "이 비중은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1.8%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교육, 기술, 경험이 부족해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도 15.0%였으며 24세 이하의 경우 비중은 23.5%로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며 "쉬었음 인구의 쉰 주된 이유로 청년층은 건강상 이유보다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거나 다른 일 준비를 위해 쉬고 있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두순 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1990년대 후반 출생자의 경우 청년층 내에서 고용의 질 수준이 가장 낮았는데, 이들이 다른 연령대의 청년층보다 노동시장 진입이 늦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고용의 질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청년층에서 이직이 매우 빈번해지고 있다는 논의가 있으나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고용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일자리가 몇 가지 특징을 보이는 만큼 이런 부분의 보완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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