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외곽에 대형 베이커리카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인이 그러더군요. 이런 카페가 늘어나는 게 세금 감면 받으려는 거라고요. 그런데 카페가 커피만 팔면 감면이 안된답니다. 빵도 같이 팔아야 가능하다네요. 지인은 그 이유까진 몰랐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설마 가업상속공제인가 싶었습니다. 찾아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황당했습니다.
가업상속공제란 산업 기술이 세대를 거쳐 단절되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취지입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승계 문제로 단절되면 국가로서도 손해니까요. 그래서 중소기업에 한해 상속세를 감면해주는데 본래의 취지를 넘어 점점 부자감세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제빵기술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근데 베이커리카페를 지어놓고 그 빵을 만드는 사람이 과연 대주주일지 의문입니다. 그 대주주의 자녀는 또 과연 카페에서 제빵 기술을 배우고 있을까요. 도심 외곽에 무수히 늘어나는 베이커리카페의 제빵기술들이 과연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산업재산일까요.
이런 식의 편법과 꼼수가 많습니다. 가업상속공제에 해당하는 업종들에는 커피와 빵처럼 기술적 가치를 평가하기 애매한 기준들이 보입니다. 상속세를 없애달라는 자산가들의 요구에 의해 이런 대상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 종착지는 재벌 대기업까지 바라보고 있습니다. 현 정부가 상속세 폐지를 운운하면서 세법개정안에도 많은 감세 제도를 담았습니다.
2024년 세법개정안에 담긴 감세도 주로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합니다.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업무관자산의 범위는 현행 비사업용토지, 영업활동과 관련없는 주식 등, 업무무관 자산 및 임대부동산, 대여금 등입니다. 개정안은 이걸 임직원 임대주택, 주택자금 대여금 등만 제외하도록 바꿉니다. 그러면 공제 대상인 차부품업 대주주가 법인 소유 유휴부지에 베이커리카페를 지어도 공제를 받을 수 있을 걸로 상상이 됩니다.
이런 꼼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정부의 잘못입니다. 대체 비사업용 토지, 업무무관 자산까지 공제대상에 포함시켜주는 저의가 뭔지 궁금합니다. 세법개정안엔 사업무관자산 범위를 축소하는 이유에 대해 '기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서'라고만 설명돼 있습니다. 가업상속 취지는 무시하고 오로지 승계만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의심됩니다.
이런 가업상속공제는 본래 중소기업에다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까지만 해당됐습니다. 이걸 모든 중견기업까지 범위를 넓히는 내용도 세법개정안에 포함됐습니다. 중견기업 범위를 정한 규정은 여러법에 나뉘어 있는데 주로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정부 의지가 반영되기 쉽습니다.
이 가업상속공제를 해주는 기업 대상엔 이번에 말이 많은 밸류업도 포함됩니다. 정부는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이 얼마 되지 않음에도 코리아밸류업지수부터 발표했습니다. 지수 종목으로 100개 기업이 담겼는데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수 종목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수익성과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이 우수하다고 소개합니다. 수익성과 주주환원은 객관적 지표로 나타나지만 기업 규모에 따라 상대적인 요소가 존재합니다. 매출이 100인데 환원은 10한 기업과 매출이 10인데 환원은 5한 기업 중 누가 더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환원 규모만 따지면 매출이 큰 기업이 유리합니다. 그러면 감세 혜택도 부자기업에 쏠립니다. 그 반대쪽이면 환원 규모가 큰 기업에게서 볼멘소리가 나올 법합니다.
밸류업 우수기업 요건 중 하나는 5년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것입니다. 그 공시도 안한 기업이 공시한 기업보다 지수에서 순위가 높아, 결국 자의적이란 불신을 낳습니다. 밸류업 지수를 믿고 투자한 기업들이 오너리스크나 경영권분쟁에 휘말려 주주들이 손해를 봐도 정부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처럼 허술한데도 감세는 받습니다. 지수는 허울 뿐이고 부자감세를 위한 작당이 아닌지 의심을 거두기 힘듭니다.
이재영 산업1부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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