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증여세=기업경쟁력? 함수관계 입증된 바 없다"
유호림 강남대 교수가 짚어본 <2024년 세법개정안>
②탄 <기업경쟁력 제고 및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 문제점
"왜곡된 지배구조 개선·공정경쟁시장 조성이 우선"
할증평가 폐지 등 관련 규정 완화…상증세 폐지 포석
현금배당 분리 과제, 조세정책방향 완전히 역행
2024-07-29 17:21:49 2024-07-29 17:21:49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상속세 및 증여세와 기업경쟁력의 함수관계는 전혀 입증된 바 없을 뿐 아니라 이미 가업상속공제 등 과세특례를 적용받은 기업들의 조세회피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하기 어렵습니다."
 
29일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윤석열정부가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 중 기업경쟁력 제고 방안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유호림 교수는 "기업경쟁력의 제고는 상속·증여세 감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공정경쟁 시장을 조성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개선이 우선"이라며 "이미 과도한 수준으로 확대해 온 가업상속·가업승계 조세특례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조치는 부의 무상 이전을 지원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29일 기획재정부가 입주해 있는 세종정부청사 중앙동 신청사 건물 위로 먹구름이 드리워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사후관리요건 강화 없이 회피 수단에 불과"
 
그러면서 "투자·고용 및 지역발전을 이유로 조특법상 중견기업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도록 시행령을 개정, 이미 중견기업의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했으나 기업경쟁력 제고를 빌미로 가업상속 등의 적용 대상을 모든 중소기업·중견기업(상출기업집단 소속 제외)으로 확대하는 것은 단순한 부자 감세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장 문제는 밸류업기업과 스케일업기업에 대한 공제 한도를 2배 확대하고 기회발전특구 창업 및 이전기업에 대해 가업상속공제를 무제한으로 적용한 부분"이라며 "이에 대한 사후관리 요건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해당 개편안은 단순히 상속·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가업상속공제·가업승계증여세 과세특례 대상 사업용 자산의 범위를 임직원 임대주택·주택자금 대여금 등으로 확대한 것과 관련해서는 "최대주주 등의 보유주식에 대한 할증평가도 폐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처럼 가업상속 등 관련 규정을 완화하는 것은 상속·증여세를 폐지하기 위한사전 포석으로 보여진다"고 의문을 표했습니다.
 
이어 "이처럼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은 단순히 부자들을 위한 조세 혜택을 넘어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기회균동 민주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뿌리부터 훼손할 수 있다"며 "상속·증여세 등에 대한 조세부담 완화는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29일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상속세 및 증여세와 기업경쟁력의 함수관계는 전혀 입증된 바 없을 뿐 아니라 이미 가업상속공제 등 과세특례를 적용받은 기업들의 조세회피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배당성향 선진국 평균↓…제도개선이 우선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주주환원 촉진세제에 대해서는 "3년 한시로 신설했다"며 "요건으로 밸류업 자율공시, 배당 및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지만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조세감면의 혜택을 부여할 것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제도개선이 우선"이라고 제시했습니다.
 
특히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금액 5% 초과 증가분에 대해 5%를 한도로 법인세 세액을 공제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배당성향이 자본시장 선진국에 비해 평균적으로 매우 낮을 뿐 아니라 밸류업 프로그램 대상 기업의 수익률도 높지 않기 때문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더욱이 "주주환원을 확대한 상장기업 개인주주에 대한 현금배당의 일부를 분리 과세하는 방안은 금융소득에 대한 무조건 종합과세로의 전환 혹은 금융투자소득세의 시행이라는 지난 10여년 간의 조세정책방향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번 개편안이 통과된다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의 적용 세율은 기존 45%에서 25%로 50% 가까이 세부담이 감소할 것"이라며 "이번 개편안에서 근로자에 대한 조세우대를 거의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과도한 조세혜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29일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정부가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 중 기업경쟁력 제고 방안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했다. (출처=기획재정부)
 
"금투세·ISA…규정 개선이 바람직"
 
아울러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및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지원 확대에 대해서는 "상기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조세 우대와 마찬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금융투자소득세의 경우 시행 이전 투자 손실에 대한 이월 공제를 확대한다는 전제하에 기존대로 시행하고 ISA 계좌 관련 조세 우대는 확대할 필요가 없다"고 제언했습니다.
 
유호림 교수는 "금융투자소득세는 이미 수년 전 여야 합의 사안인 만큼,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시행이 타당하나 현재 자본시장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및 시행일 이전 투자손실에 대한 이월보전 등 관련 규정 개선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ISA 계좌에 대한 납입한도 및 비과세 한도 확대 또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자에 대한 저울 분리과세 등은 ISA 계좌에 투자금을 추가로 납입할 경제적 여력이 있는 일부 자산가들에 대한 감세 확대에 불과하다"며 "이미 충분한 조세 우대가 부여되고 있어 추가적 조세감면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피력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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