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현대차가 지난해 충전소 시범사업을 검토했었지만 올 초쯤 백지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국내 충전사업은 부지 확보와 충전기 사용 전력 등 비용이 높아, 경제성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충전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지만, 전기차 캐즘과 화재 사고 등 악재도 가로막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기아가 미국에서 테슬라 충전소와 협력하는 게 주목됩니다.
현대차 전기차 충전 이미지. 사진=뉴시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내 관련 사업을 추진했던 담당자는 “사업타당성이 떨어져 드롭했다”고만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아이디어 차원이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사업 검토를 위해 주유소업계와 접촉했을 때도 현대차는 접촉 사실은 인정했지만 아이디어 차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올들어 전기차 가격경쟁과 수요 둔화가 불거졌던 만큼 경제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라 터진 지금은 더욱 재검토할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앞서 현대차 측은 주유소업계와 접촉해 부지를 임대하고 직접 충전소를 운영해 볼 수 있는지 타진했었습니다. 당초 충전소가 부족하다는 소비자 민원이 많아 기획했던 건입니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 문제가 계속 부각됩니다.
테슬라의 경우 미국에서 자체 충전소인 수퍼차저를 보급해왔습니다. 최근엔 국내에도 수퍼차저를 설치한 것이 확인됩니다. 특히 기아는 회사 전기차가 내년부터 미국에서 테슬라의 슈퍼차저 이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이틀 전 밝혔습니다. 본래 테슬라는 자사 전기차만 수퍼차저를 이용하도록 해왔으나, 현지 반독점법상 문제시 되고 전기차 캐즘까지 겹치자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타사에 문을 열고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현대차가 국내에서도 직접 충전소를 보급하는 것보다 테슬라와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할 듯 보입니다.
다만, 완성차들이 테슬라 충전소에 의존하는 부분은 차후 시장 독점화 및 점유율 경쟁 면에서 뒤처질 문제로도 지목됩니다. 테슬라조차 국내 충전소 보급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한국전력이 전력사업을 독점해 충전기 자체로는 돈을 벌 수 없다”며 “게다가 주유소 부지 내 충전기를 지으면 충전시간이 긴 전기차로 주유소가 주차장처럼 돼 버린다. 국내 부동산 가격이 비싸 충전소를 확대할 만한 여건이 못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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