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R&D·새만금…막 오른 '예산전쟁'
민주 "민생외면·미래포기…희망 예산으로 탈바꿈"
2024-08-28 17:18:32 2024-08-28 18:34:52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22대 첫 정기국회가 다음 달 2일 막을 올립니다. 여야 의원들은 개회식을 시작으로 100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정상적인 개원식조차 못 여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을 정도로 여야 대치가 고착화된 이번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법안 재의결,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강행 등 넘겨야 할 산이 적지 않습니다. '짠물 예산'이 편성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역시 난관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됩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677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습니다. 올해보다 3.2% 증가한 수준인데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올해의 지출 증가율 2.8%보다는 소폭 높아졌으나, 1년 전 중기 계획에서 목표로 했던 4.2%보다는 낮은 수준입니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의 경상성장률(4.5%)에도 못 미친 '긴축 재정'으로 평가됩니다. 
 
여야, 100일간 예산심의 기싸움
 
이에 '민생 회복'을 최우선으로 주장하고 있는 야당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용을 뜯어보면 초부자 감세에 민생 외면, 미래 포기 예산안"이라고 혹평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나라의 빚이 많다면서 부자들 세금은 왜 깎아주지 못해 안달이냐"며 "심각한 내수경기 침체 상황에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도 모자랄 판에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것은 민생경제 회복 의지도, 실력도 없다는 자기 고백에 불과하다"고도 지적했는데요.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은 정부의 부자감세, 민생외면, 미래포기 예산을 국회 심사과정에서 수정하고 국민을 위한 예산안으로 바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부 예산안은 정기국회 시작 첫날인 다음 달 2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국회로 넘어온 예산안은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심사를 통해 수정안을 마련하게 되는데요. 수정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2일입니다. 정기국회가 열리는 100일 동안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여야의 치열한 기싸움이 전개되는 셈인데요.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예산안을 법정 시한을 넘겨 처리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특히 윤석열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 2022년에는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은 통과(12월24일)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버티면 준예산 현실화"
 
올해에도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려면 다수당인 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핵심 정책인 지역화폐 사업에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은 것부터 험로를 예고합니다. 
 
민주당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민생을 강조한 내년도 예산안임에도, 국민과 소상공인·자영업자 모두 민생대책으로 주문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는데요. 행정안전부가 '올 1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상반기에 신속히 집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던 사실을 적시하며 "일석이조 정책인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반영하지 않는 민생외면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에 대한 갑론을박도 뒤따릅니다. 민주당은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R&D 예산이 29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올해의 예산 규모(29조3000억원)에서 소폭 상승한 수준"이라며 "윤석열정부가 세운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의 2025년 투자(33조2000억원) 보다도 작은 규모"라고 꼬집었습니다. 'R&D 카르텔 타파'를 앞세웠던 지난해의 정책 실패를 겨우 만회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인데요. 
 
R&D 예산의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연평균 총 예산 증가율이 8%를 상회했던 지난 정부에서는 10% 넘는 R&D 예산 증가가 가능했다. 코로나19,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정책 등 R&D 예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영향도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감세 기조가 강한 현 정부에서 그나마 30조 가까운 예산을 편성한 것은 나름 노력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일선 연구기관에서 호소하는 연구비 예산 삭감 등의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예산 정책과 현장의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음도 인정했습니다. 
 
이 외에도 민주당은 △재난관리 예산 △공공주택 예산 △새만금 예산 등에 대해서도 대폭 수정이 필요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투자 확대가 필요한 부분에 번번이 삭감이 이뤄진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섭니다. 
 
특히 지난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쟁점 예산이었던 새만금 예산은 내년도 4000억원가량이 책정됐지만, 지난해보다 줄었단 이유로 반발이 예상됩니다. 관련해 정부는 '전주-새만금 고속도로' 완공으로 예산안 총액이 줄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마음대로 수정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점입니다. 국회에는 예산 삭감 권한만 있을 뿐 증액을 위해선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날 기자와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올해 안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준예산'을 보게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지난해에는 올해 총선이 있었기 때문에 극적 타결도 가능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민주당이 '배 째라'고 누워버리면 방도가 없다"고 비관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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