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한화그룹이 영위하고 있는 금융, 유통 등 여러 업종 가운데 유독 방산업 계열사의 노사관계가 좋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학계와 업계, 노동계에서는 한화그룹이 노동조합을 존중하고 현재 노사관계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26일 황현일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가 '한화그룹의 사업재편의 문제와 노사관계 전망 국회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화그룹 내 계열사별 노사관계의 갈등성 정도는 제조 분야의 기업들이 갈등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무금융 분야는 상대적으로 갈등 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작년 5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에 소속된 총 5개(한화생명보험·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갤러리아, 한화토탈에너지스) 사업장의 노조 조합원(11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입니다.
황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응답자들은 이러한 갈등성 정도를 노조 요인보다는 회사 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제조 분야의 경우 회사가 노조를 존중하지 않거나 탄압하다고 보는 경우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토탈 등 방산, 석유화학 등 중공업 계열사에서 '회사의 노조에 대한 태도 중 노조를 존중하지 않는다'가 과반수를 넘겼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 조합원들 88%, 한화시스템 노조 조합원들 72%가 회사가 노조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석유화학 기업인 한화토탈은 80%로 조사됐으며 유통업을 영위 중인 한화갤러리아가 32%, 보험업을 하고 있는 한화생명이 21%로 각각 나타났습니다.
'회사가 노조를 탄압한다'의 결과도 유사한 순위로 집계됐습니다. 계열사 별로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73% △한화토탈 40% △한화시스템 36% △한화생명 15% △한화갤러리아 11% 순입니다.
한화그룹 내 회사 별 노조의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 순위 그래프. (자료 캡처=한화그룹 노사관계 특성과 과제)
조합원들이 노사갈등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4% △한화토탈 77% △한화시스템 54%로 각각 절반을 넘었습니다.
김명기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화창원지회 지회장은 "방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해 노사간 교섭 시 공정한 합의를 이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방산업체 사업장에서는 방위산업체 쟁의행위 금지 법률을 악용해 노조를 탄압, 노동자간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권리와 안전을 위협하며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제조업 분야이자 작년 한화그룹으로 인수 된 조선업 계열사 한화오션에서도 변화되는 노사관계에 대해 걱정하고 있습니다.
조현우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한화오션지회) 정책기획실장은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 한 뒤) 노조와 노동자를 향한 한화오션 자본의 공세적 행태와 관련해 사측은 단체 협약 무력화에서 노동조합 무력화, 노동조합 장악, 특수선 물적분할 등 지배구조 변경, 경영권 승계 완성이라는 한화 자본이 세운 목적 순으로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 중"이라며 "최소한 노조 장악의 음모만큼은 현실화되고 있음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학계와 업계에선 한화그룹이 국내 방산업 1위를 유지, 향후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이같은 노사관계를 개선해야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황 교수는 "한화오션 노사관계가 원만히 해결되기 위해선 선결 과제로 그룹이 노조 활동에 대한 인정과 존중의 자세를 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계열사 중 현재 제기된 각종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노조와 성실 교섭에 임함으로써 자율적인 교섭을 체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도 "한화그룹이 방산 분야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후진적 노사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지금과 같이 경영진이 중첩된 갈등 구조에 눈과 귀를 닫고 있을 경우 그룹의 장기적인 성장 발전은 요원한 일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사옥 전경. (사진=한화)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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