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 위한다던 '분상제'…남긴 건 '로또청약'
집값 안정 당초 취지 무색…'로또 광풍' 원인으로
시세 차익에만 집중…주택 공급 위축도 초래
당장 폐지보다는 단계적 보완 필요
2024-08-07 15:40:10 2024-08-07 17:24:45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주택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돕고 부동산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도입됐던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각종 부작용을 낳으며 폐지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집값 안정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많게는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노리게 하는 '로또 청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주택 공급마저 위축시키면서 집값 상승을 유발하는 등 제도적 허점이 많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분상제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도 제도의 폐지보다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집값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래미안 원펜타스' 전경. (사진=삼성물산)
 
청약홈까지 마비시킨 '로또 청약' 광풍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청약에 나선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의 경우 특별공급 114가구 모집에 4만183명이 몰려 평균 35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시기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도 화성시의 '동탄역 롯데캐슬'은 아예 청약홈 홈페이지를 마비시켰습니다. 지난달 29일에서 30일까지 진행된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 1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294만4780명이 신청했는데요. 이는 역대 가장 많은 무순위 청약 신청자가 몰렸던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를 뛰어넘은 것입니다.
 
지난달 29일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몰리면서 청약홈이 마비된 모습. (사진=뉴시스)
 
로또청약 광풍은 이 달에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 레벤투스(도곡 삼호 재건축)'와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 재건축)', 송파구 신천동의 '잠실르엘(미성크로바 재건축)'의 특공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이들 단지 역시 신생아 특별공급 등의 청약 수요가 크게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분양가상한제 지역 단지기 때문에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가 책정돼 향후 5억원에서 10억원가량 시세차익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집값 안정 당초 취지는 어디로…강남·서초·용산에 몰리는 청약 광풍
 
분상제는 높은 아파트 분양 가격을 낮춰 적정한 가격에 아파트가 지어지고 준공 후 거래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분상제는 2005년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주택에만 적용됐는데, 2007년 9월부터는 민간택지에 건설되는 주택에도 확대 적용됐습니다. 
 
이후 2014년 분상제 적용 민간택지 요건이 강화됐다가, 지난 정부 때인 2020년 이 요건을 완화해 서울 18개구 309개동과 경기도 3개 시의 13개 동이 분상제를 적용받았습니다. 
 
문제는 이후 해당 지역에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한가가 책정되면서 낮아진 수익성으로 건설사들의 사업 참여가 저조해지고, 이에 부동산 물량 공급이 적어졌다는 겁니다. 
 
지난 2017년 당시 '동탄역 롯데캐슬' 모델하우스에 몰린 인파. (사진=롯데건설)
 
현 정부는 분상제가 가진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1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분상제 적용 대상에서 전면 해제했는데요. 사실상 분상제 폐지라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분상제를 적용받는 해당 3개구에는 더욱 청약 수요자가 몰리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당장 폐지보다는 제도 보완 필요"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상제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당장의 폐지보다는 주택 채권입찰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국민 정서상 공공택지 같은 경우에는 분상제를 폐지하기는 쉽지 않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인데 예전에 시행하던 채권 입찰제, 즉 매매 차익에 대해서 국민주택 채권을 매입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청약 당첨으로 얻는 차익을 당첨자가 채권 매입 형태로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상제가 궁극적으로는 폐지돼야 하는 제도지만, 당장 폐지를 하면 당분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는 일이 생길 것이기에 단계적 폐지가 필요하다"며 "고분양가로 분양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고, 부동산 시장에서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질 때 폐지하는 것이 적당하리라 본다"고 말했습니다. 
 
분상제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국토교통부 등 정부 관계 기관은 지난 2일 '분양가 상한제 관리체계 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분상제 개편 검토에 나섰습니다. 약 8개월의 연구를 통해 분상제의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개선안이 도출될지 주목됩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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