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종신보험에 암 보장을 결합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요. 기존 종신보험 대비 높은 환급금을 강조하거나, 암에 걸리지 않아도 일정 기간 계약을 유지하면 환급률이 좋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보험 소비자들은 '재테크' 수단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종신보험에 암 보장 결합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인보험대리점(GA)을 중심으로 50~60대를 타깃으로 종신보험에 암 보장을 결합한 상품이 주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가입 후 암 진단이 빠를수록 돌려받는 돈이 많고, 암 발병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 상품은 최종 납입해야 하는 금액이 수천만원에 달하고 납입 유지기간도 10년 이상, 월 보험료도 수십만원에 달해 가격 부담이 높습니다. 일반적인 암보험료가 월 2~3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비쌉니다. 이 때문에 일반 암 진단을 받거나 50% 이상 후유장애를 입으면 계약은 유지하면서 향후 보험료 납입을 면제하고, 환급금을 주는 것은 물론 환급 특약 가입 시 그동안 낸 보험료를 돌려준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50대 여성이 10년납 암보험에 가입해 매월 22만5890씩 내다가 3년 후 암 진단을 받을 경우 3561만원(437.9%)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낸 보험료 813만원 중 특약을 제외한 주계약 기납입보험료 709만원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환급금 2851만원은 60세에 받을 수 있어, 암 진단 시점으로 이러한 목돈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암 진단 시점부터 치료비가 필요하지만, 높은 환급률로 계산된 목돈이 마련되는 시점은 보험 계약을 10년은 유지한 뒤입니다.
가입 후 5년 시점에는 4034만원(297.6%)을 돌려줍니다. 물론 주계약 보험료 외 환급금이 60세에 지급되는 것은 동일합니다. 10년 이후에 암 진단을 받아도 주계약 보험료를 모두 돌려주고 여기에 해지환급금이나 사망보험금을 지급합니다.
암에 걸리지 않아도 보험을 10년 유지 시 최대 107%의 해지환급금 또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므로 가입자는 상향된 환급률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GA를 중심으로 50~60대를 타겟으로 한 암종신보험이 주력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중장년 불완전판매 우려도
문제는 가입자들이 이러한 보험을 상속세 절약, 노후 준비 등 재테크 수단처럼 오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설계사들은 상속세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상속 연령도 어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거나 중장년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뉴스 등을 인용하며 마케팅하기도 했습니다.
암에 걸리지 않아도 낸 보험료보다 환급금이 더 크다는 점에서 단기납 종신보험과 비슷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또 암 진단 후 납입면제를 내건 경우는 보험료 수입은 없는데 향후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많기 때문에 보험사의 유동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연초 금융당국이 생보사들을 대상으로 단기납 종신보험 고환급 마케팅을 주시했던 이유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금감원은 종신보험과 관련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고 보장성 보험임에도 높은 환급률만을 강조하는 상품 개발과 판매가 불합리하다며 소비자 피해 우려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생보사들의 주력 상품은 원래 종신보험이지만, 최근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영업환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종신보험은 사망까지 상품을 유지하기 때문에 보험료를 납부하는 기간이 길고, 따라서 실적에도 유리한 상품입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 1~2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사망보장 대신 건강보험 수요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생보사들의 종신보험 신계약 금액은 17조6584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8%가 감소했습니다. 2020년 1분기와 비교하면 31.9%가 줄었습니다.
주력 상품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생보사들은 환급률 130% 이상인 단기납 종신보험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건강보험 등 제3보험 시장으로 수익을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이 시장은 생보사보다는 손보사 점유율이 큰 상황입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제3보험 시장 점유율은 2022년 기준 손보사가 71.3%, 생보사는 28.7%입니다.
따라서 생보사들은 업계 주력인 종신보험에 건강보험인 암보험을 결합한 상품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받는 혜택이 크려면 보험료 납입 기간이 짧아야 하므로 10년 이내 암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마케팅에서는 유리한 측면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환급금만 보기 보다는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생보사들이 종신보험에 건강보험을 결합한 상품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보험회사 텔레마케팅 사무실이 텅 비어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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