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스타트업에 100억 투자 효과 볼까
헬스케어 앱 차별성·접근성 아직은 갈 길 멀어
건강·의료 정보활용 제한 규제도 발목
2024-07-17 06:00:00 2024-07-17 10:14:54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현대해상(001450)이 헬스케어 분야를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른 보험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건강 관리 중심의 일차원적 서비스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함입니다. 개인의 건강·의료 데이터를 영리기업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100억원 이상 투자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 2020년 '디지털파트너센터'를 개설한 이후 소셜벤처를 비롯한 분야별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왔습니다. 모빌리티·헬스케어·핀테크·ESG소설벤처 등 54개 스타트업과 디지털파트너를 맺고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한 금액은 100억원 이상입니다.
 
현대해상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헬스케어 플랫폼 '하이헬스챌린지'는 스타트업과 협업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2019년 처음 출시 이후 각종 스타트업과 제휴를 맺고 건강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이헬스챌린지에 걷기 챌린지, 식단 입력, 건강 정보 확인 등 미션을 수행하면 포인트를 제공해 줍니다. 현재는 병원 진료 예약 서비스도 탑재됐으며 올해 안으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은 보험사들이 앞다퉈 내놓은 서비스입니다. 전반적으로 걷기 챌린지, 식단 추천, 건강 정보 제공 등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이헬스챌린지의 경우는 요가 코칭, 진료 예약 대행 서비스로 차별화를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능만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전용 앱에 비하면 활성화되긴 어렵습니다. 앱 자체가 현대해상 고객만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규제 문턱이 높다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경우 보험사가 신사업을 펼치기에는 제약이 많습니다. 현행 의료법으로는 개인의 건강·의료 데이터를 영리기업이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전동 킥보드 공유 플랫폼 '디어' 서비스를 진행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스타트업에도 투자했지만 워낙 후발주자인 탓에 가입자는 많지 않은 편입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50만 이상 가입자를 끌어모았지만, 킥고잉, 씽씽, 지쿠 등 비슷한 서비스 앱 사용자는 각 100만명이 넘습니다.
 
현대해상이 스타트업과 제휴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하이헬스챌린지 앱 화면. (사진=하이헬스챌린지 앱 캡처)
 
디지털 생태계 투자 지속
 
현대해상은 신성장 동력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생태계 투자를 늘릴 계획입니다. 디지털 생태계 투자의 대부분은 스타트업입니다.
 
올해는 디지털 생태계에 200억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스타트업 등 업체 지분을 사는 직접투자에 80억원, VC(벤처캐피털) 펀딩 등 간접투자에 120억원을 투자합니다.
 
현대해상은 2022년에 처음으로 VC 펀딩을 시작했지만 대규모 투자는 사실상 올해부터 시작된 셈입니다. VC 펀딩은 직접투자와 달리 일반적으로 8년의 만기를 설정하는데,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시점은 보통 4년 이후입니다. 단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성과를 위해 투자한다는 뜻입니다.
 
현대해상은 올해 정경선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가 합류하며 스타트업 투자 확장에 나섰습니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아들인 정 CSO는 소셜벤처 육성 경험을 갖고 올해 현대해상에 합류했습니다.
 
CSO는 지난해 말 현대해상이 보험업계 최초로 신설한 부문장급 직책입니다. 정 CSO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ESG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대해상은 정 CSO 영입 당시 장기적 비전 수립, 미래 성장 동력 발굴, 디지털·AI 전환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해상뿐 아니라 보험사들이 스타트업이나 헬스케어 등에 발을 들이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입니다.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보험산업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간 상품 영역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보험업권을 포함해 전 금융업이 디지털금융 혁신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과의 연계가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다양한 스타트업,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상생과 동반성장을 추구한다"며 "올해는 신규 시장 탐색 목적의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대해상이 올해 디지털 생태계에 200억원을 투자한다. 사진은 서울 중구 현대해상. (사진=현대해상)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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