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지진 위험 특별 약관의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권에서는 천재지변 중 하나인 지진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는 상품이 마련돼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가입은 바늘구멍입니다.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은 가입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복잡합니다.
지진 위험이 큰 특정 지역 주민은 화재재산보험의 지진위험 특별약관에 가입할 수 없다. 사진은 경기도 오산시 국민안전체험관에서 화성 반월중학교 학생들이 지진 대피 체험을 하는 모습.(사진=뉴시스)
평균적인 위험도 이상의 고위험 지역이 가입 대상에 포함될 경우 보험료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산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수 지침이나 제한 지역은 보험 약관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지진 위험 지역이 자주 바뀌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언더라이팅(계약 승인 여부 결정 과정)은 수시로 수정·변경이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약관에 명기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지진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소비자가 회사별 지진 특약을 비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A손보사에 직접 지진 특약에 대해 문의하면서 '포항' 지역이라면 가입이 가능한지 문의를 해보니 '가입 불가' 통보를 받았습니다. 규모 5.4의 지진이 7년 전인 2017년에 일어났음에도 위험 지역에 가깝다는 이유입니다.
보험사는 해당 지역의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입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포항' 지역의 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묻는 말 B손보사는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은데 정확한 정보를 남기면 확인 가능하다"라고 답했습니다. 보험사가 설명하는 정확한 정보란 주민등록번호, 상세주소 등을 포함한 민감한 개인정보입니다. 보험사는 개인정보가 없으면 가입 가능 대상인지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지진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소비자가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상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행정안전부가 관장하는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은 예기치 못한 풍수해를 입었을 때 재산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상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정책 보험입니다. 다만 소비자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재산·화재보험에 특약을 더하는 방식이 아니라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을 별도 가입해야 합니다.
화재보험 지진위험 특약 가입률이 3.3%에 불과하지만 금융당국은 정책성 보험이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지진피해보장 보험상품 관련 소비자 안내사항' 보도자료를 통해 가입율 저조의 원인으로 '안내 부족'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별 인수 제한 지역을 확인하고 있지만 당국 입장에서 어떻게 하라는 식으로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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