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본격적인 더위와 장마가 시작되는 7월부터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적자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통상 여름철은 기후 요인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오르는 계절로 꼽힙니다. 손해율이 가파르게 오를 경우 소비자의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차보험 손해율 80% 육박
보험사들은 손해율 80%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손해율 80%는 보험사가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80원을 지급했다는 뜻입니다. 나머지 20원은 사업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마진이 남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의 경우는 손해율 80% 이상을 적자 구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동차보험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손보사들의 손해율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부터 적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폭염·장마·집중호우·태풍으로 인한 홍수가 발생하면서 자동차 사고 피해도 급증합니다. 홍수로 침수 피해가 늘어나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는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평년 대비 강우량이 많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홍수 피해도 클 것으로 보입니다.
손해율은 보험료가 인하되거나 사고 건수가 많아질 때 상승합니다. 올해 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증가한 건 보험료 인하 영향이 큽니다. 코로나19로 통행량이 감소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돼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자동차보험은 보험사들의 대표적인 적자 상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5년간 손해율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반전됐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2.9%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러다 2020년 85.7%, 2021년 81.5%, 2022년 81.2%, 2023년 80.7%로 점점 줄었습니다. 특히 대형사들은 손해율 80% 미만을 기록하며 흑자를 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통행량이 줄어든 영향입니다.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손해율이 개선된데다 금감원이 상생금융을 강조하면서 올해 자동차 보험료는 평균 2.5% 인하됐습니다. 2023년 2.0~2.5%, 2022년 1.2~1.4%에 비해 인하 폭이 점점 커졌습니다.
보험료 인하 효과로 최근 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다시 올라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 지난달에는 어린이날·부처님 오신 날 등 가정의달 연휴가 겹치며 통행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고속도로 통행량은 2억8697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했습니다.
통행량이 늘면 사고 건수도 많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 손해율이 악화됩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2~2023년 손해율 중 1.8%는 자동차 사고 발생률이 감소한 영향으로 집계됐습니다.
본격적인 장마를 앞두고 대형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적자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탄천공영주차장 수변 일대에서 도심호우·침수피해 발생 상황을 가정한 긴급구조훈련이 진행되는 모습.(사진=뉴시스)
우량 고객 확보 나서기도
이와 함께 손보사들은 안전운전 특약 등을 내세우며 우량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고 없이 운전을 하거나 대중교통 이용·도보 이용률이 높을수록 자동차 보험료가 할인되는 특약 상품입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특약을 통해 고객 이탈 방지, 신규 고객 유치 등을 노릴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는 퍼마일 상품으로 유명한 캐롯손해보험은 최근 안전하게 운전만 해도 보험료를 최대 20% 추가 할인받을 수 있는 특약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삼성화재는 걸음수 하루 6000보 이상, 걸은 날이 50일 이상인 경우 나이에 따라 보험료를 5~8% 할인해 주는 자동차보험 할인 특약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KB손해보험도 하루 5000보 이상 50일을 걸으면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5%까지 할인해 줍니다. 대중교통 이용 특약을 함께 가입할 경우 보험료는 최대 13%까지 절약할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걷기나 대중교통 이용 시 보험료를 적게 내는 특약은 당초 자동차 운행률이 많지 않아 사고 발생률이 적은 고객에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보험료 할인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기 때문에 보험료를 적게 받아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손해율 관리의 관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개선하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걷기 특약 상품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전북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19일 전주시 한 도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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