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한화오션이 선박 인도지연 문제로 보상금을 물어줘야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기존에 선사와 방위사업청과 건조계약을 맺은 상선과 특수선 각각의 인도 일자를 지키지 못해서입니다. 선박 인도지연 기간이 늘어날 수록 발주처에 보상할 금액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달 7일과 18일 수상함 1척과 초대형 컨테이너선(1만3000TEU급·1TEU는 길이 6m짜리 컨테이너 1개) 6척에 대한 계약 종료일을 각각 변경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은 HMM이 발주한 선박으로 당초 인도일은 지난달 30일이었지만, 오는 11월25일로 바꿨습니다.
한화오션은 지난 3월부터 6월30일까지 수주한 컨테이너선 6척(수주액 8881억원)을 순차적으로 인도하기로 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한화오션은 현재까지 2척을 정해진 날보다 늦게 인도했습니다. 지난 3월4일 인도하기로 선박은 6월19일에, 지난 4월5일 보내기로 한 선박은 5월23일에 인도했습니다. 남은 4척은 11월말까지 인도를 마칠 예정입니다.
정해진 인도일을 맞추지 못해 HMM에 피해 보상금 차원의 지체보상금을 내야하는 상황입니다. HMM 관계자는 "영업 대외비라 정확한 지체보상금에 대해 답변이 어렵다"면서도 "주문한 선박 6척이 모두 인도된 뒤 체결했던 건조계약서에 적시된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원칙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박 인도가 늦어지는 주된 원인으론 인력난이 꼽힙니다. 이에 따라 인력 충원에 집중하고 있지만 조선업 호황으로 인한 일감의 속도를 따라가기 벅찬 모양새입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내·외국민 인력 충원에 노력하고 있다"며 "연말 인도 예정인 선박들을 적기에 납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또 한화오션에 따르면 방위사업청(방사청)과 건조계약을 맺은 수상함 1척은 잠수함건조함(강화도함)으로 기존 납기일이 지난 2022년 12월이었지만 총 다섯 차례를 연기했으며, 현재는 아예 미정으로 정정됐습니다. 강화도함의 수주액은 4435억원입니다.
강화도함 인도가 애초 계획 대비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잠수함구조함의 핵심 장비인 '심해구조잠수정(DSRV)'의 성능이 기준 미달이기 때문입니다. 해군은 현재 강화도함 계약 조항에 없는 별도 기준 충족을 위해 추가 테스트와 자료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화오션은 DSRV의 성능 평가 및 시험 기간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다른 한화오션 관계자는 "문제가 생기고 있는 DSRV의 제작사는 영국 업체로 현재 우리 군에서 제시한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할 수 있는 전세계 유일한 업체"라며 "이 업체는 1995년 취역한 해군의 첫 잠수함구조함 '청해진함'에도 DSRV를 공급한 바 있어 운용 편의성을 위해 이 업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업체 선정 배경을 말했습니다.
아울러 "한화오션은 계약 전 협의 단계에서 방사청 측에 한달 여간 DSRV의 관급을 요구했지만 방사청이 거절해 도급 장비로 분류했다"며 "방사청은 사실상 군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DSRV 제작사로 해당 업체가 유일했기 때문에 관급으로 추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방위사업법상 지체상금은 함정이 해군에 인도된 뒤 확정됩니다. 이에 따라 강화도함의 인도 지연이 끝나지 않아 확실한 지체상금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상한액인 444억원(계약금의 10%)까지도 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방산 함정사업의 경우 지체상금은 함정을 해군에 인도 후 방사청에서 산정해 조선소에 공지합니다. 이후 한화오션은 방사청과 협의를 거쳐 지체상금을 낼 예정입니다.
이 관계자는 "방사청에서 지체상금을 산정해 건조 업체에 공지하게 되면 조선소는 주요 사항을 담은 면제원을 방사청에 다시 제출해 방사청과 협의를 한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항소와 중재 등 법적 과정을 거쳐 지체상금이 확정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면제원 제출 후 건조 업체의 지체상금 부담을 덜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21년 7일 오후 거제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해군의 차기 잠수함구조함 강화도함 진수식이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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