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금리 인하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으로 몰리면서 채권가격이 크게 상승, 이젠 매수할 만한 채권물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 상반기 채권 투자 성적은 좋았지만, 이제는 투자 매력이 떨어져 관망이 필요해 보입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장외채권 시장에서 신기록이 나왔습니다. 6월 한 달간 장외채권 순매수액이 3조6000억원을 기록한 것입니다, 또한 상반기 누적 순매수 규모 또한 23조원으로 역대 최고치였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순매수액도 19조2000억원으로 역대급이었는데 올핸 20%나 증가하며 신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장외채권시장이 이렇게 뜨거웠던 것은 미국와 한국 중앙은행이 머지않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가 하락할 경우 채권은 약속된 채권이자 외에 채권가격이 상승해 발생하는 차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를 기회 삼아 증권사들이 올해 장외채권 마케팅을 강화한 것도 투자자들의 채권 매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증권사들은 장외채권을 특판상품처럼 만들어 판매하는가 하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연계해 신규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등 각종 이벤트를 벌이고 있습니다.
수익률 5% 초과 채권물 ‘찜찜해’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채권의 투자 매력은 반감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장외채권시장에서는 다른 금융투자상품에 비해 매력적이라고 볼 만한 채권물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신용등급 대비 채권수익률을 감안했을 때, 신용위험이 낮은 물건은 수익률이 너무 낮습니다.
증권사마다 투자 리스트에 올린 채권물이 다르고, 투자자들의 성향과 선호도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부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장외채권의 경우 3%대 후반의 수익률만 예상돼도 완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전수익률이 4%대인 채권은 주로 은행 계열 캐피탈이 발행한 채권 또는 자동차를 살 때 매입했다 되파는 지역개발채권이 주를 이룹니다.
눈높이를 조금 더 높여 연 5%를 넘기려면 그때부턴 매수하기에 조금 찜찜한 채권들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 계열 캐피탈이나 신용카드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등입니다. 신용등급은 분명 ‘A’로 찍혀 있지만 매수를 주저하게 하던 채권들입니다. 평소 같으면 다른 선택지가 많아 제외하고 골라도 될 텐데, 이젠 수익률을 우선순위로 두는 투자자들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지가 됐습니다.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면 팔려나갑니다. 그만큼 채권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이와 함께 채권 투자의 매력도 반감됐습니다.
그렇다고 장내채권으로 눈을 돌려도 매수할 만한 물건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연 5% 이상 수익률을 내려면 재무 이슈로 기사화된 주인공이거나, 만기가 긴 신종자본증권 또는 영구채 중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예전처럼 잘 고르면 투자위험은 낮고 수익률은 7~8%에 달하는 채권들은 사라졌습니다.
아직도 재무 상태가 정상화되지 못한 씨제이씨지브이의 전환사채(CB)도 이젠 액면가에 근접했습니다. 1년 전 8000원대, 2022년 11월엔 6000원 아래로 하락했던 이력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올 3월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액면가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국채ETF, 국내보다 미국이 덜 올라
채권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는, 굳이 개별종목 중에서 찾지 않아도 상장지수펀드(ETF)로 충분할 때입니다. 하지만 요즘 채권 ETF의 주가는 금리 인하를 다루는 뉴스에도 그리 민감하게 움직이지 않는 편입니다. 금리 인하라는 호재에 둔감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 ETF는 지난해 말 7만3962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올해는 지난 4월29일 6만7290원으로 저점을 기록했다가 이날(16일) 7만6340원까지 올랐습니다. 낙폭이 컸기에 저점에서 13.4%나 올랐습니다. 이와 비슷한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그 사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유지했습니다. 벌써 12회 연속 동결입니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국고채 가격이 급등한 것은, 시장금리가 금리 인하를 앞질러 가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국과 미국 모두 연내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분위기이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결정해도 관련 ETF들이 기대만큼 오를 수 있을지 확실치 않습니다. 너무 많이 오른 것이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을 키운 것입니다.
반등 폭을 감안하면 국내 채권ETF보다 미국 국채ETF가 덜 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TIGER 미국채10년선물 ETF는 작년 말 1만1485원, 올해 5월29일 1만1700원으로 큰 변화가 없다가 5월 말일부터 올라 지금은 1만2210원입니다. 주가차트는 급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연초 이후 상승률은 6.3%에 그칩니다. 또한 주가 상승률엔 작년 말 1288원이었던 원달러환율이 1385원대로 오른 것도 반영돼 있습니다.
미국채 ETF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의 경우 작년 말 9106원, 4월26일 7972원. 현재 8470원으로 저점에선 6.2% 올랐으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아직 마이너스입니다. 같은 ETF로 환율 변동에 노출된 상품은 올해 저점을 찍었던 4월26일 9567원에서 1만295원으로 상승률(7.6%)이 조금 더 높습니다.
어떤 종류의 자산이든 쏠림이 생기면 자산가격이 부풀려지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채권시장엔 우려 요인입니다. 트럼프 후보의 정책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지금 채권투자는 보유자의 영역으로 신규 투자자들은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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