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솜방망이 처벌'에 불법 만연
불법 추심 있어도 '재발방지 조치' 그쳐
등록 취소·계약 무효 등 근거 마련해야
2024-07-15 16:00:09 2024-07-16 08:01:24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신용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권에서 불법 행위가 만연하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부업자들이 불법적으로 거둔 이익에 비해 가벼운 수준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시정 조치를 내리고 있어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처벌 근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허위 등록·불법 추심 빈번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자본금 50억원을 가장납입한 대부업체가 적발됐습니다. 허위 등기를 먼저 한 뒤 자본금 납입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A 대부업체의 최대주주 겸 이사인 B씨는 유한회사 설립과 자본금 변경 등기 때 주금납입보관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악용했습니다. B씨는 2019년 회사 설립·증자 때에는 허위로 등기를 먼저 한 뒤에 자본금 20억원을 납입했습니다. 이후 2020년 6월과 2022년 6월 증자 때에는 허위로 등기만 하고 자본금(각 10억·20억원)을 납입하지 않았습니다.
 
주식회사의 경우 설립 및 자본금 변경 등기 시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주금납입보관증명서를 등기소에 제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유한회사의 경우 회사의 인감이 날인된 출자 이행 확인서 등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B씨는 A 대부업체가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법의 맹점을 악용했습니다.
 
금감원은 이를 자기자본요건(5억원)과 총자산 한도(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이 10배 이하) 등 대부업체의 건전 영업을 위한 법상 규제를 회피하고자 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금감원은 자본금을 허위로 기재해 등록을 신청한 A 대부업체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에 따라 대처할 예정입니다. 대부업법 제13조에 따라 최대 등록 취소 처분도 가능합니다.
 
금감원은 또 납입가장 행위가 확인된 B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상법 제628조에 따라 회사의 발기인, 업무집행사원, 이사, 집행위원, 감사 등이 납입 또는 현물출자의 이행을 가장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합니다. 
 
앞서 금감원은 경매 배당금 부당 수취, 취약계층 차주의 생활가전 압류 등 대부업체의 불법 채권추심 행위를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정·재발 방지 조치, 대부 이용자에게는 유의 사항 안내 등에 그쳤습니다.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최근 5년 간 2.5배가 늘어났지만 처벌 등 솜방망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불법사금융 신고 5년 새 2.5배
 
사금융업체의 불법이 만연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지난해 2023년 1만3751건을 기록했습니다. 2019년 5468건이었던 피해 접수가 5년 동안 2.5배가량 증가했습니다.
 
무등록이나 불법 채권추심 등 대부업체로 인한 피해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도 수차례 발의됐지만 진전된 사례는 없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미등록대부업자가 대부계약을 체결한 거래 상대방에게 원금과 이자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거나 법에서 정한 최고 이자율을 초과하는 경우 미등록 대부업자와 맺은 이자 계약을 전부 무효화하는 내용 등의 대부업법 개정안이 논의됐습니다.
 
다만 이 개정안들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못한 상태로 폐기됐습니다. 22대 국회에서도 불법 사금융업체 퇴출이나 설립 조건에 자기자본금을 상향하는 등 비슷한 법안들이 발의됐습니다.
 
관리·감독을 피하려 정부·지자체에 등록하지 않고 초고금리 불법 광고로 저신용자들의 피해를 양산하는 미등록 대부업자 퇴출 법안이 대표적입니다.
 
미등록 대부업자는 불법으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지만, 적발돼도 이자제한법에 따른 최고 이자율 수준의 경제적 이익을 얻는 실정입니다. 대부업법 개정안에는 등록 대부업자와 이자 약정 전부를 무효로 하고 등록 대부업자라도 최고 이자율 이상의 고금리를 수취한 경우에는 이자 약정 전부를 무효로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많은 대부업자들은 제한 금리를 초과하는 불법 폭리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약한 처벌로 인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업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금리를 더 낮은 금리 쪽으로 일원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재는 미등록 대부업자는 이자제한법에 따라 연 25%, 등록대부업자 및 여신금융기관은 대부업법에 따라 27.9% 이하를 초과해 이자를 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국회에서는 최고이자율을 이자제한법에 따른 25%의 이자율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또 대부업 등록 요건 중 순자산액 3억원 이상, 대부업자·대부중개업자가 등록 이후 자산보유액을 3억원 이상 유지하지 않을 경우 등록을 취소하는 규제 법안도 발의됐습니다.
 
현행법상 대부업을 등록하려면 자기자본(법인이 아닌 경우 순자산액)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자기자본 요건이 3억원 이상은 금융위원회 등록 대상일 때만 적용됩니다. 시·도지사 등록 대상인 법인의 경우는 5000만원 이상, 법인이 아닌 자일 경우는 1000만원 이상만 충족하면 됩니다. 특히 대부중개업 등록은 자기자본 요건이 없습니다.
 
하지만 불법 대부업체 이용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신용자인 경우가 많아, 민사소송으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금융당국이 불법 대부업체 피해자에 대한 계약 무효 소송을 지원하기도 했으나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난 사례는 없습니다.
 
불법 계약 자체를 무효로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이달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정부가 불법사금융 척결을 위한 범정부 TF팀을 만들었지만 기존 대책 재탕, 단속 실적 보고에 그쳤다"라며 "불법 사금융업자와 이자 계약 전부를 무효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에서는 불법 사금융을 퇴출하거나 사금융 등록 요건을 상향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거리에 사금융 광고 전단이 널려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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