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복잡하고 오류 많은 '앱카드' 소비자 외면
사용 가능 가맹점·제휴사도 적어
2024-07-12 06:00:00 2024-07-12 08:16:28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신용카드사들이 출시한 모바일 기반의 앱카드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페이에 대응해 플랫폼 내 간편결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만들었으나,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제휴사가 상대적으로 적어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얼굴 인증 한 번으로 결제가 가능한 빅테크페이와 달리 결제 과정이 복잡하고 오류도 잦아 민원도 많다는 지적입니다. 
 
앱카드, 접근성·안정성 떨어져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 앱카드(카드사 결제앱)는 핀테크·휴대폰 제조사의 각종 페이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는 오프라인 결제 제휴사가 각각 184곳, 222곳에 달하는 반면 삼성카드(029780)의 모니모페이는 제휴사 33곳, 신한카드 신한SOL페이는 52곳, KB카드 KBpay는 48곳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KBpay의 경우 핀테크 페이와 동일하게 GS25, CU 등 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 대부분이 제휴사에 등록돼 있는 반면 영화관은 롯데시네마 단 한 곳만 제휴사입니다. 정유, 도서 등의 업종도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는 거의 모든 업체와 제휴가 맺어져 있는데 반해 KBpay와 제휴를 맺은 건 한 곳뿐입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일반 카드조차 제휴사 늘리는 일이 쉽지 않다"며 "앱카드 오프라인 결제 관련해서 업체들과 새로 제휴를 맺어야 하는데, 늘리는 속도가 빠르기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기에는 오류가 잦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신한카드의 신한SOL페이는 최근 터치 결제를 시도하면 '미지원 단말기'라는 오류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한 이용자는 "갑자기 재가입하라고 해서 새로 인증하고 접속했더니 터치 결제 지원불가 단말기라고 뜬다"는 리뷰를 남겼습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고객센터에서 다시 앱을 깔아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결제하는 상황에 앱을 다시 설치해야 할 정도로 안정적이지 못한지 의문"이라고 올렸습니다.
 
신한SOL페이는 '개발 부서 원인 파악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는 중입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통신상태나 이런 부분을 감안했을 때 일부 불편을 겪는 고객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까진 앱 자체의 문제로는 파악되지 않지만 고객 불만 사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정해가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롯데카드의 디지로카는 카드 발급시 인증 번호가 오지 않는 등 앱을 이용할 때 버벅거리고 오류가 잦다는 이용자 후기가 많습니다. 
 
앱카드는 빅테크페이, 삼성페이 등에 비해 오프라인 결제 제휴사가 적다. 사진은 삼성페이를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카드사 연합전선도 무용지물
 
카드사들은 핀테크·휴대폰 제조사들의 공습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 전선을 구축 중입니다. 지난달 카드사들이 공통QR 규격을 마련하기 위해 업무협약(MOU)을 맺었습니다. 공통QR 규격이 마련되면 소비자는 카드 가맹점에서 실물 카드 없이 앱카드로 모바일 QR결제가 가능합니다. 이 협약에 참여한 카드사는 롯데카드와 삼성카드, 신한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등입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편의성이 좋아질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현재 공통QR 규격으로 현장 결제가 가능한 제휴사는 하나로마트, 이케아, 매머드커피, 메가MGC커피, 이디야커피 단 5곳뿐입니다. 앱카드의 주요 이용 고객인 2030세대가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 영화관 등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모든 카드사가 MOU에 참여한 것도 아닙니다. 2018년부터 글로벌표준인 EMV QR코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BC카드는 이번 협약에서 빠졌습니다. BC카드는 이미 전국 20만개의 QR기반 결제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이 손잡고 마련한 '오픈페이'도 접근성과 간편성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오픈페이는 1개의 카드사 결제 앱으로 카드사 구분 없이 모든 카드를 간편하게 등록·사용·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다만 삼성카드·현대카드·우리카드는 아직
오픈페이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다수 카드를 갖고 있는 고객 입장에서는 이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오픈페이를 이용하려면 카드사 앱에 접속해 추가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요. 결제 과정에서 인증 절차 또한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카드사들에 앱카드 발급 시 휴대전화와 카드 정보 외 추가 인증 절차를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앱카드 발급 시 공동인증서, 금융인증서, 사설인증서, 은행계좌 인증 등 추가 인증 절차를 운영해야 합니다. 당국은 앱카드 결제 마무리 단계에서 인증 절차를 강화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빅테크페이는 얼굴이나 지문 인증 한 번으로 결제가 가능하지만 카드사 앱카드 결제 인증 과정은 오히려 늘어나는 셈입니다.
 
카드 업계 한 관계자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각 사별로 모바일 기반 앱카드를 내놓았지만 플랫폼 경쟁력이 강한 빅테크 기업에 맞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도 주력 사업이라고 할 수 없다 보니 유지보수 등에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업카드사 8곳 앱카드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별점을 비교했을 때 신한 SOL페이가 3.4로 가장 낮았다. 사진은 플레이스토어의 신한 SOL페이 리뷰창 갈무리. (사진=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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