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이란 하나의 방에 가벽을 세워서 여러개의 작은 방으로 쪼갠 걸 가리킵니다. 그런 쪽방들이 모여있는 동네를 쪽방촌이라고 부릅니다. 서울엔 이른바 '5대 쪽방촌'이 있습니다. 쪽방들이 밀집했고, 쪽방촌의 규모도 크고, 쪽방 거주자들이 많이 모여사는 동네인 겁니다. 서울 5대 쪽방촌은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과 창신동 쪽방촌, 중구 남대문 쪽방촌,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영등포구 영등포 쪽방촌 등입니다.
<뉴스토마토>는 6월부터 쪽방촌 문제를 심층 취재·보도하고 있습니다. 쪽방은 우리 사회에서 의식주를 보장하는 마지노선과 같습니다. 쪽방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택하는 건 노숙입니다. 노숙은 의식주 중에서 '주'가 빠졌고, '식'마저도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쪽방촌 거주자들의 거주여건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탈쪽방'(쪽방촌을 벗어나는 것)을 돕는 건 노숙으로 인한 사회 문제와 각종 범죄를 방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겁니다.
본지의 한 기자는 동자동 쪽방촌에 방을 얻어 3박4일 동안 지냈다고 합니다. 낮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였지만, 냉방장치가 미흡해 찜통 같은 쪽방을 경험하면서 쪽방촌 거주자들의 여건을 개선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다른 기자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울 5대 쪽방촌을 돌면서 거주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쪽방촌 거주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세 번째 기자는 쪽방촌 거주자들에게 식사와 생필품을 제공하고 상담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쪽방촌 거주자들이 왜 이곳을 못 벗어나는지 알게 됐고, 쪽방촌 거주자가 '을 중의 을'이 되는 빈곤 비즈니스의 실체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3박4일 동안 지낸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복도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쪽방촌을 취재할수록 시선이 따갑다는 걸 느꼈습니다. 쪽방촌 거주자들의 시선입니다. 서울에 쪽방이라는 게 등장하는 건 1970년대인데요. 쪽방 역사가 50년을 넘는 겁니다. 50년 동안 쪽방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겁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개발과 아파트 건설에만 공을 들여 쪽방촌을 외면했습니다. 언론 책임도 큽니다. 50년 동안 쪽방촌 문제가 단편적이고, 일회성 보도에 그쳤던 겁니다. 쪽방촌에서 사람이 죽거나 사고가 터져야 언론은 취재에 열을 올렸고, 시간이 지나면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데로 옮겨갔습니다.
쪽방촌을 취재한 일에 관해 칼럼을 쓰는 건 그런 맥락입니다. 이왕 이 문제를 심층 취재·보도하고 있다고 했으니 단편적이고 일회성 보도는 하지 않겠습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쪽방촌에 관심을 갖고 정부, 지자체, 국회와 함께 쪽방촌 문제가 풀 대안을 도출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쪽방촌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쪽방에 사는 분들도 우리의 이웃입니다.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배우자이며, 누군가의 부모이며, 누군가의 친구입니다. "쪽방에 관심을." 쪽방촌 문제의 첫 단추는 우리 이웃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최병호 공동체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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