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조선업체들이 최근 외국산 후판의 사용량을 늘리자 철강사들의 시름이 한층 깊어지고 있습니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업계의 중국산 후판 의존도가 높아져 수익성 개선에 한층 부담이 생긴 셈입니다. 이에 따라 양 산업계의 상생을 위해 상호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장단기 추진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3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철강-조선 산업 상생을 위한 전략적 협력방안 공동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과 조선 산업은 국내 주력 산업으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 상호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타났습니다.
이를 위해 매년 반기마다 진행되는 후판 가격 협상에 있어 철강산업의 원가 변동과 조선산업의 시황 변동을 반영한 양 산업의 합리적인 가격 협상 준칙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양 산업의 경쟁력 확대를 위해 탄소중립과 산업간 거래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용으로 사용합니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양 업계가 만나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데 수익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매번 협상 분위기가 치열합니다. 후판은 선박 제조 원가의 20% 가량을 차지해 후판 가격이 오르면 조선사의 수익성이 낮아집니다. 작년 후판 가격은 상반기 톤(t)당 100만원 수준에서 하반기 90만원 중반대로 인하됐습니다.
포항제철소 제2고로에서 쇳물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 상반기 진행되는 후판 가격 협상에서도 철강업계가 다소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관측입니다. 특히 조선업계의 중국산 후판 사용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15만3000톤(t)으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그 전달 대비 33% 증가한 수준입니다. 누적 기준으로는 현재까지 총 58만9000t으로 작년대비 12% 상승했습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대비 국내산 가격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과거 대비 중국산 후판 품질이 많이 향상돼 선박 건조의 원가 절감을 위해 사용량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측의 입장 차이로 협상이 어렵자 철강과 조선 업체들이 제품 가격 선정에 필요한 지표를 설정하고 해당 지표별 중요도에 따라 비중을 조절해 가격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겁니다. 아울러 후판 공정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압연강판 중 박물재(두께 ~15mm)에 대한 생산 종류를 차별화하고 전문화해 외국산 철강재와 품질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부도 양 업계의 상생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제시합니다. 산업연구원은 먼저 국제적 저탄소 기조에 맞춰 신규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철강과 조선, 해운사가 실증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물류 파트에서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해 원가에 반영되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경제적 토대 위에 철강·조선사 협의체를 설치해 산업 간 협력 강화와 원가의 상대적 균등 배분을 이뤄내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HD현대미포가 건조한 LPG 운반선.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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