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얼룩진 21대 국회…법안 처리 '최악'·민생 '뒷전'
법안 처리율 36.6%…'동물 국회' 20대보다 낮아
윤석열 정부 들어 여소야대 국회 '정쟁' 격화
미래 경제산업 뒷받침 'AI 기본법' 등 폐기 수순
22대 국회도 갈등 예고…'계류' 민생 법안 수두룩
2024-05-29 09:00:00 2024-05-29 09:00:00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제21대 국회가 문을 닫았습니다. 지난 4년 '정쟁'에 얼룩져 법안 처리율은 '역대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22대 국회에서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국회에 처음 입성한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선언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에 맞서 '김정숙 특검법'까지 언급해 갈등을 예고했습니다.
 
'동물 국회' 때보다 법안 처리 저조
 
2020년 5월 문재인 정부 때 출범해 2022년 5월부터 윤석열 정부 2년을 함께한 21대 국회는 지금까지의 국회 중에서도 법안 처리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역대 가장 많은 2만5847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처리는 9455건에 그쳤습니다. 법안 처리율은 36.6%로 격렬한 몸싸움 시전으로 '동물 국회' 오명을 썼던 20대 국회의 37.9%보다도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19대 국회(41.7%) 때보다는 5%포인트가량 떨어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유는 '정쟁'입니다. 주도권 다툼의 연속이었습니다. 거대 양당은 정쟁 속 국회 파행을 일삼기 일쑤였습니다. '일하는 국회'라는 구호만 국민 귓가를 맴돌 뿐이었습니다.
 
21대 국회 초기인 문재인 정부 시절, 180석 '공룡 여당' 민주당은 당시 야당이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반발을 뚫고 '임대차 3법' 통과를 주도했습니다. 명분은 '임차인 보호'였습니다.
 
정권교체기였던 2022년 4월 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분리)' 법안은 정국 이슈를 모두 빨아들였습니다. 검수완박의 두 축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강행 처리에 맞서 국민의힘은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으나 이는 무력화됐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그해 5월 이후에도 국회의 대치 상황은 이어졌습니다. 오히려 '여소야대'로 뒤바뀌며 정쟁이 격화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국민 대다수의 지지 속에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에 대한 거부권만 10차례 사용하며 여야 갈등을 키웠습니다.
 
그 사이 경제 산업을 뒷받침하는 '민생' 법안은 폐기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일명 'K칩스법'이라 불리는 반도체, 2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 지원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지난해 3월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2030년까지 법 적용을 연장하는 법안이 아직 기획재정위원회에 묶여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본법'은 처리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AI 기본법을 다룰 예정이었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연금개혁은 21대 국회 폐원일까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은 여당에 막혀 22대 국회로 밀려나게 됐습니다.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 절충안에 민주당이 전격 합의했음에도 국민의힘은 개혁을 미뤘습니다.
 
김상일 미래재정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법이 발의될 때만 기사화되다 보니 '정치적 보여주기'가 많아지고 있다"며 "정쟁이 심해지면서 당 대표 등 권력자 눈치를 보는 경우도 늘어 폐기율이 높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22대 국회 개원…꼭 통과돼야 하는 법은?
 
오는 30일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이번에는 꼭 통과돼야 한다며 주목받는 법안들도 많습니다.
 
우선 19대 국회에서부터 수년째 계류 중인 '데이트 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데이트 폭력법)'입니다.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기획위원(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뉴스토마토 유튜브 '야단법석'에 출연해 "이달 초 발생한 충격적 사건인 '수능 만점 의대생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으로 보는 시각이 상당수 존재한다"며 "데이트 폭력은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법으로 제어하는 게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상일 부원장은 "가정폭력도 마찬가지지만, 데이트 폭력에 있어 제3자가 논의하는 게 쉽지 않다"며 "문화 자체가 기본적으로 인권 문제 등에 있어 성숙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도현이 법'이라 불리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이 필요성도 언급됐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로 차량 운전자의 손자가 사망한 사건 이후 촉발된 여론에 힘입어 나온 법안입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가 차량 결함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책임을 지는 법안입니다.
 
김 부원장은 "자식이 생명을 잃은 상황에 무슨 정신으로 부모가 사고 원인을 입증하겠냐"며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은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했고 정무위원회까지 잘 올라갔는데도 21대 국회에서 꼼꼼히 챙기지 못해 통과가 안 됐는데, 22대 국회에선 꼭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고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본인이 발의한 법안 75개 중 폐기된 가장 아쉬운 법으로 꼽았습니다.
 
개헌 논의도 다시 불붙고 있는 양상입니다. 저출생과 사회 양극화, 지역 소멸, 이념과 젠더(성별) 갈등 등 사회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나며 '87년 헌법'이라 불리는 현행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경우,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이 포함된 7공화국 개헌을 제안했고, 국회의장에 당선된 우원식 민주당 의원 역시 "개헌으 통해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제22대 국회 여야 초선 당선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 진행과 관련된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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