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지배력' 내줄 판…네이버 '진퇴양난'
네이버, 지분 매각시 글로벌 전략 차질 불가피
높아지는 지분 매각 가능성…"일본 정부의 기업 사냥"
통매각이냐 일부 매각이냐…협상도 험로 예고
소뱅 조사 등 '맞불 작전'…"정부 단호히 대응해야"
2024-05-13 15:28:45 2024-05-14 14:01:03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네이버(NAVER(035420))가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민간 기업 간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도 일본 정부가 이례적으로 나서서 압박을 가하고 라인야후가 여기에 편승해 네이버와의 관계 단절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부터인데요. 우리 정부가 네이버와 긴밀히 소통하고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는 등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속절없이 라인의 지배력만 일본 기업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만 커집니다.
 
네이버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13 IC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일본의 행정지도와 관련해 소프트뱅크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간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던 네이버는 지난 10일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라고 밝혔는데요.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네이버가 협상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네이버가 '지분 매각'을 언급한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일본의 전방위 압박에 13년간 공들여 키운 '라인'을 일본에게 내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집니다.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라인은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가 약 1억명에 달하는 플랫폼입니다. 아시아권으로 넓혀보면 이용자 수는 2억명에 육박해 네이버의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업의 첨병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네이버는 신수종사업으로 '소버린 AI(주권 AI)'를 낙점하고 중동에 이어 일본과 동남아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었는데요. 라인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하게 되면 이러한 사업 전략의 차질도 불가피합니다.
 
9일 오후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걸어가는 사람 앞으로 '라인야후'라고 적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퇴양난' 네이버…지분 매각으로 기우는 추
 
현재 소프트뱅크와 협상 중인 네이버가 어떤 식으로 최종 결론을 내릴지는 알 수 없지만, 전반적인 흐름상 지분 매각에 무게 중심이 더 쏠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네이버가 '지분 매각 검토'의 입장을 발표한 날 오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라인야후의 지주회사인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50인데 이사 구성 등을 볼 때 라인야후의 경영권은 이미 2019년부터 사실상 소프트뱅크의 컨트롤 하에 있었다"라며 "네이버는 자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중장기적 비즈니스 관점에서 검토해 왔던 상황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중장기적 사업 전략과 사업성 등에 따라 민간 기업이 지분 매각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모양새가 아닌 일본 정부의 외압으로 이 같은 상황이 촉발된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전 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100% 민간 기업 간의 관계에서 일본 정부가 개입했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부분"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결과적으로 한국기업 사냥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단호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여러 대안들을 강구하면서 초동 대처를 확실히 했어야 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결국 매각이라는 일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야후 재팬과 라인의 통합 전 로고. (사진=뉴시스)
 
 
'25조원' 덩치의 라인…협상도 험로 예고
 
라인야후의 시가총액은 우리 돈으로 약 25조원에 달합니다. 이에 따라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라인야후의 지분 가치는 약 8조원으로 추산되는데요. 지분의 통매각이 진행됐을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실제 매각가는 10조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소프트뱅크의 경영 상황 등을 감안하면 전량 매입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지분 일부에 대한 매각 협상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의 속내가 '라인야후의 지배권을 가져오겠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만큼 네이버가 단 1%만 매각을 해도 소기의 입장을 달성하는 셈이 되는데요. 하지만 소프트뱅크 측은 더 많은 지분 매입을 시사해 '네이버 영향력 지우기'를 확실히 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친 상황입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결산발표회에서 "소프트뱅크가 1%만 가져와도 대주주가 되지만 5149는 지금과 달라지는 것이 없다"라며 "1%부터 100%까지 매입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메신저 외에 다양한 파생 산업의 인프라 기반을 단단히 다져놓은 만큼 이를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특히 라인야후의 자회사인 중간글로벌(Z Intermediate Global)은 '브라운' 등 라인프렌즈 캐릭터 사업을 하는 IPX(구 라인프렌즈), 네이버의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 라인게임즈, 스노우 등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경영권은 넘기되 일부 사업권을 확보하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시한이 71일까지인 점은 네이버에게 악재입니다. 사실상 시한을 정해 지분을 매각하라는 강요인데, 협상이 기한 내에 이뤄지지 않거나 네이버가 지분 매각 반대로 결론을 내린다면 일본 내 반한정서가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라인야후의 한국법인인 라인플러스 직원 등 내부의 반대와 일본의 강탈 야욕에 들끓는 국내 여론도 네이버에겐 부담입니다.
 
결국 네이버로서는 진퇴양난, 운신의 폭이 좁은 상태로 어느 정도 정부의 역할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9일 오후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 앞으로 직장인이 지나가고 있다. 걸어가는 사람 앞으로 '라인야후'라고 적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라인 사태', 정부가 주도적 역할 해야"
 
네이버의 구성원들은 '지분 매각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네이버 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분 매각은 단순히 대주주 자리를 내놓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네이버 서비스에서 출발한 라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애써 온 구성원들의 열정과 노력, 기술과 경험이 일본 기업에 넘어갈 가능성, 그리고 구성원들이 고용 불안에 놓일 가능성을 의미한다"라며 "한국의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요구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다 전향적이고 강경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안 교수는 "시장 경제 원칙에 따르면 간단할 문제를 일본 정부가 개입하면서 외교 문제로 바뀌어 버렸다"라며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협상 절차 과정에서 네이버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일본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하고 필요할 경우 우리도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기업에 대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장은 "일본 정부가 시한을 정해 지분을 넘기라는 것은 강탈이자 협박으로 우리 정부는 신속하게 일본에 행정지도 시한 연장을 요구해야 한다"라며 "투자 등에서 소프트뱅크의 한국 내 사업 전반에 불공정한 요소는 없는지 정부기관이 조사를 진행하는 등 맞불 작전으로 가야한다"라고 주장했는데요. 아울러 "국회 차원에서도 진상조사위원회를 서둘러 구성해서 지분 매각 관련 진위 여부와, 행정지도에 대한 위법성 여부, 그리고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존재하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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