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식과 전통주, 함께 가야 세계가 주목한다
2025-08-20 06:00:00 2025-08-20 06:00:00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매우 크다. K-팝을 시작으로 다양한 아이돌 음악이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있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DH)>와 <오징어 게임> 같은 영상물은 여러 나라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소년이 온다를 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 문화는 예술과 콘텐츠 전반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며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 문화의 확장은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한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 증가이다. 과거에는 라면이나 만두 등 일부 가공식품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전통적인 한식 메뉴와 고급 한식 다이닝까지 그 관심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세계에 한식 확산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식진흥원 등은 해외 한식당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한식 전문 인력 양성, 품질 관리, 문화 연계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2024년까지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영국 런던에서 총 16개의 한식당을 우수 한식당으로 지정했다. 미국 뉴욕의 정식(JUNGSI), 아토믹스(ATOMIX), 윤 해운대 갈비(YOON HAEUNDAE GALBI), 꽃(COTE, 수길(Soogil, 주아(Jua)와 프랑스 파리의 순 그릴 마레(Soon Grill Marais), 종로 삼계탕(JONG-NO Samgyetang), 이도(YIDO), 삼부자(Sambuja), 맛있다(Ma-shi-ta), 삼식(SAM CHIC), 지음(JIUM), 일본 도쿄의 윤가(YUNKE), 하수오(HASUO), 영국 런던의 솔잎(Solip) 등이다.이들 식당은 다양한 한식 스타일을 선보이며 일부 식당에서는 국산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정식’, ‘아토믹스’는 미쉐린 2스타를 받은 고급 다이닝으로, 한식의 품격을 세계 무대에 알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한식당에서는 어떤 주류가 함께 제공될까? 한식과 가장 어울리는 술로 전통주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와인과 함께 맥주 등 현지의 익숙한 대중주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주류 리스트를 보면, 전통주의 종류는 많지 않고 증류식 소주 위주의 구색을 갖춘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전통주의 유통 및 브랜드 문제 외에도, 해외 콘텐츠에서 전통주보다 소주나 맥주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생긴 인식 탓도 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년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한식 품목 1위가 ‘소주’였다. 이는 소주가 외국에서 고급 요리와 함께 마시는 술로 인식되지 않고, 대중적이고 가벼운 술로 여겨지는 데 따른 것일 수 있다. 
 
반면 전통주는 한식과의 궁합이 뛰어난 술이다. 쌀을 주원료로 하며, 다양한 한식 요리와의 조화를 오랜 역사에 걸쳐 자연스럽게 만들어왔다. 전통주와 한식은 단순한 ‘음식과 술’의 조합을 넘어, 오랜 시간 함께 발전해온 문화적 짝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 한식당에서의 전통주 제공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한식 다이닝에서는 다소 전통주 활용이 늘고 있지만, 전체 주류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이는 전통주가 와인처럼 익숙하지 않거나, 병 디자인, 라벨 정보, 수출 유통 시스템 등 외적인 요소에서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해외 한식당에서 전통주를 파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우수 한식당 중 일부는 미쉐린 스타를 받은 다이닝으로, 이곳에서 제공되는 주류는 곧 그 술의 품격과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전통주가 이런 공간에서 함께 소개될 때, 단순한 술을 넘어 고급 식문화의 일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또한, 이들 식당은 현지에서 음식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전통주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데 있어 상당한 파급력을 가진다. 전통주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한식당을 통한 경험적 소비가 중요하며, 이 경험은 곧 문화적 관심으로 이어진다. 
 
술은 음식과 함께할 때 더 빛나는 문화 요소다. 결국 전통주는 단독으로 해외에서 성공할 수 없는 술이다. 와인이나 사케처럼, 자국 음식과 함께 동반 진출하고, 문화와 함께 소비될 때 비로소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전통주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해외 한식당과의 동반 마케팅이 필수이며, 페어링 메뉴 개발과 적극적인 현지 홍보가 병행되어야 한다. 한식 프로모션 행사에서의 전통주 시음, 고급 한식당에서의 큐레이션된 전통주 소개, 역사와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콘텐츠 제작 등은 전통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이 전통주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적 기반 마련과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현지 전통주 교육 프로그램 운영, 전통주의 현지 생산 가능성 검토, 제품의 라벨·포장 개선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음식과 술, 그리고 문화는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단편적인 홍보만으로는 지속적인 수출 성과를 내기 어렵다. 한식이 세계에서 사랑받기 위해서는, 그 곁을 지키는 전통주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관심이 필요하다. 전통주를 한식 문화의 일부로 명확히 자리매김하고, 이를 해외에 함께 소개하는 전략은 한식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한국 문화의 전반적인 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지방농업연구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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