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과 미군이 8월18일부터 28일까지 '을지 자유의 방패' 이름으로 2025년 한·미 연합연습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연습은 해마다 3월과 8월 두 차례 실시했는데요. 현 정부는 윤석열정부 때와 달리 연습 기조를 일부 조정했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 연합연습을 조정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죠. 국방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지휘소 연습은 강화하되, 야외 기동훈련 절반쯤을 9월로 연기해 규모를 분산시켰습니다. 이것을 두고 일부 보수 인사들은 "진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북한 눈치를 보면서 군사훈련을 축소한다.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처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022년 8월23일 한·미연합군사령부 전시지휘소(시피 탱고)에서 한·미 장병들이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을 하고 있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 워게임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방부 제공, 뉴시스 사진)
안보 효율성을 위해 어느 쪽 의견이 맞을까요? 한·미 연합연습은 무엇인가? 시기와 정세에 따라 연습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나? 연습 효과는 어떠했는가? 이런 논점을 짚어보면 정답을 알 수 있습니다.
한·미 연합연습은 '연습(Exercise)' 가운데 하나입니다. 연습은 전쟁 상황을 가정하고 여러 부대가 참여해 공격과 방어와 같은 작전 계획을 익히는 과정입니다. 연습 가운데는 한반도 차원에서 전쟁이 일어난다고 가정하고 한·미연합군사령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참여하는 지휘부와 지휘소 연습이 가장 중요하죠. 이번에 한·미 연합군이 실시하는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훈련(Training)'이란 용어도 있는데요. 훈련은 개별 부대와 개인이 임무를 잘할 수 있도록 지식과 행동 능력을 익히는 과정입니다. 사격 훈련, 유격 훈련, 혹한기 훈련 등이 있죠. 전쟁 구역 차원의 작전 계획은 대부분 적용하지 않죠. 연습과 비교해 훈련은 참여하는 부대 규모도 연대나 대대급으로 작죠.
국방부는 이번에 한·미연합군사령부 중심의 전쟁 대비 지휘소 연습(CPX)은 유지하고 강화하되, 개별 부대의 야외 실병 기동훈련(FTX)을 조정했습니다. 지휘소 연습이 뭘까요? 한·미 연합군 지휘관과 참모들은 모처에 있는 지하 벙커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육해공군 자산을 움직이는, 전쟁 시나리오별 워게임을 실시합니다. 실병 기동훈련을 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안전 통제 부담도 커집니다. 지휘소 연습에 집중하면 실병 기동훈련 지휘에 따른 부담을 덜고, 다양한 각도에서 작전 계획을 야무지게 실시해보기 편리합니다.
일부 보수 인사들은 야외 기동훈련을 조정한 것을 주로 문제 삼으면서 안보가 취약해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은 근거가 약합니다.
첫째,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협의 성격이 바뀐 점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 때처럼 북한군이 전차를 앞세워 미아리 고개를 넘어오고, 이에 맞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전쟁 양상이 다시 벌어질까요? 한·미 연합군은 1976년에서 1993년까지 팀스피릿이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을 했습니다. 많을 때는 20만~30만명이 참여했죠, 북한이 재래식 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을 당시에는 주로 고려했습니다.
그 뒤로 전쟁 기술과 정세가 달라졌습니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강화했습니다. 보병과 포병, 전차와 군함, 항공기 등 재래식 전력은 한국군보다 취약합니다. 북한의 재래식 전력 이상으로, 핵과 미사일 사용을 우리가 억제하는 게 중요해졌죠. 도발 원점을 타격한다고 우리 미사일을 미리 쏴보기는 어렵죠.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북한 핵미사일 억제 능력을 키우는 유력한 수단입니다.
미국과 러시아도 핵전쟁에 대비할 때는 야외 실병 기동훈련이 아니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미 연합군이 야외 기동훈련을 일부 조정했다고 안보가 취약해지지 않습니다.
둘째, 한국군과 주한미군 부대들은 한해 내내 기동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군과 미군이 대대 또는 중대급에서 연합훈련을 하기도 합니다. 국방 전문 매체인 <국방일보>는 이런 소식을 연중 보도하는데요. 다만 이런 건들이 규모가 작으니 민간 언론매체가 좀처럼 보도하지 않고 시민들이 알기 어렵겠지요. 하지만 훈련은 하고 있습니다. 한·미 연합연습 때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을 축소한다고, 군대가 기동훈련을 아예 빼먹는 것처럼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대규모 기동훈련의 '보여주기' 효과로 위협을 억제한다는 주장이 맞는지 짚어봐야 합니다. 윤석열정부는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체제 대결과 대북 압박을 강화했습니다. 한·미 연합연습 때 축소해온 야외 기동훈련을 윤석열정부는 큰 규모로 되살렸죠. 항공기 엄호 속에서 군인들이 상륙함정에서 뛰어내리고, 전차와 대포가 불을 뿜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습니다. 강력한 군사력을 과시함으로써 상대방이 도발을 꿈도 꾸지 못하도록 억누른다는 나름의 논리를 제시했죠.
1984년 한·미 연합 팀스피릿 훈련에 참여한 미군 전차가 한국의 산악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공용)
결과가 어땠나요? 문재인정부 5년 동안에 북한은 미사일과 우주 발사체 시험 발사를 71건 했습니다. 2022년 5월~2024년 10월까지 윤석열정부 2년 남짓 기간에 북한은 같은 시험 발사를 158건 했습니다. 군사력 시위를 강화한 결과 상대가 겁을 먹기보다는 되레 도발을 강화하는 역효과가 났죠. 군사력을 증강하고 과시하면 상대방도 위협을 느끼고 군사력을 경쟁적으로 증강하고, 그 결과 안보가 더욱 불안해진다는, 안보 딜레마 이론에 들어맞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미 연합군은 위협 세력의 능력과 전쟁 기술 변화에 맞춰,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지휘소 연습에 활동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8일 평택 미군기지 기자간담회에서 연합연습 기동훈련을 조정한 것에 관해 "나도 관여한 연습 결정 사항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이 키(high key)' '로우 키(low key)'라는 군사 용어가 있는데요. 군사력 전개 강도가 아니라, 군사력 전개를 얼마나 노출할 거냐를 설명할 때 쓰는 말입니다. 이번에 실시하는 한·미 연합연습은 '로우 키로 강하게', 즉 노출 정도를 줄이되 내용은 강도 높게 진행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미 연합연습 기간에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보 후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녁을 벗어난 이야기입니다.

■필자 소개/박창식/언론인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광운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한겨레신문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내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했다. 뉴스토마토 객원논설위원과 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국방 생태계에서 소통을 증진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방 커뮤니케이션> <언론의 언어 왜곡>과 같은 책을 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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