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동 UAE의 두바이에는 하루 밤 사이 비가 100mm 이상 왔다. 연간 강수량이 100mm가 안되는 지역이니 1년치 비가 하룻밤에 온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하루에 2000mm의 비가 내린셈이다. 두바이는 비교적 최근 지어진 도시지만 이정도 폭우는 설계 범위 밖이다. 도시 전역에 홍수가 났고, 공항도 물에 잠겨 많은 여행객들이 고통을 겪었다. 공항에 갇힌 사람들은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었지만,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구조대조차 도로가 물에 잠겨 공항에 갈 수 없었다. 많은 여행객들이 공항에서 48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질 못했고, 일부 고령자들은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사망하기도 했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예상을 넘어선 극단적인 날씨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소위 100년만에 처음 발생한 이상 기후 이벤트는 점점 더 잦아지고,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 인프라를 이에 맞춰 건설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두바이에서 발생한 일을 상정하면 우리도 하루 2000mm의 강우를 고려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하천 제방의 크기와 배수관로 용량을 현재의 3배 이상 키우는 건 매우 어렵다. 기후위기의 문제는 우리의 대응 능력을 넘어선 충격을 가져오는 단계에 진입했고, 점점 심각한 인명 손실과 재산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두바이만의 일이 아니다. 2021년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는 시간당 200mm의 폭우가 퇴근 시간에 쏟아졌다. 지하철에 물이 들어차 500명이 고립되었고 14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는 상정한 강수량보다 훨씬 많은 비가 한꺼번에 오는 상황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 GTX를 포함해서 대심도 간선도로까지 다양한 지하 교통 인프라 개발이 추진되고 있고, 전국 주요 도시의 해안가에는 날로 고층 건물이 늘어나지만, 진행 중인 기후위기에 따른 문제를 고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체감하기 어렵다고 해서 기후위기와 기상이변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외면할수록 더 큰 충격으로 닥쳐올 것이다.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과 산업 전환을 실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GDP의 3% 이상씩, 매년 최소 60조원 이상의 투자를 30년 이상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에너지를 덜 쓰고, 소비를 줄이는 시민 각자의 변화와 주요 산업의 체질 변화도 필요하다. 절대 쉽지 않으며 정작 인기 없는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조금씩, 크게 고통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과 지구 온난화 속도는 느려지지 않고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화석연료 사용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년내 한국에서도 한여름 40도 이상의 폭염과 한겨울 영하 20도 이하의 혹한을 자주 겪게 될 것이다. 하루 300mm,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나 몇 달간 비 한 방울 볼 수 없는 날도 겪을 것이다. 극단적인 기후 이벤트가 지속되면 도시, 국가, 문명은 버티기 어렵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내일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다면, 지금의 불편과 비용 지출, 손해와 피곤함을 극복하고 기후 위기에 정면 대응해야 한다. 지난 COP28에서 주최국인 UAE는 화석연료 퇴출 시기를 특정하지는 말자는 움직임을 주도했었다. 지난 폭우 때 UAE 시민들은 자국의 그런 결정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궁금하다. 하루라도 빨리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적인 의제로 상정하고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 시간이 없다.
권효재 COR 페북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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