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약관대출 → 보험해지 이어질까 노심초사
생손보 보험계약 2년 유지율 60~70%
보험계약대출 71조원 규모 '역대 최대'
2024-05-10 06:00:00 2024-05-10 08:32:09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생계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보험약관대출)이 늘어나면서 보험사들의 고민도 커졌습니다. 차주가 이자를 제 때 내지 못하면 보험 해지로 이어지는 만큼 보험계약 유지율이 낮아질 수 있어서입니다. 
 
저축성 보험 유지율 '뚝'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지난해 계약 2년 유지율은 65.4%로 전년 대비 4.0%포인트 감소했습니다. 5년 계약 유지율은 41.5%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특히 저축성 보험 비중이 높은 생보사의 유지율이 더 악화됐습니다. 2021년 이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이전에 가입한 저금리 저축성 보험을 많이 해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기준 생보사의 보험 계약 2년 유지율은 60.7%, 5년 유지율은 39.8%입니다.
 
대형 생보사들의 사정도 좋지 않습니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 등 이른바 '빅4' 생보사들의 지난해 2년 계약 유지율은 56.8%입니다. 5년 유지율은 39.1%로 모두 평균 보다 떨어집니다.
 
손보사들의 계약 유지율은 2년 유지가 71.6%로 생보사에 비해 10.9%포인트 더 높습니다. 다만 5년 계약 유지율은 43.8%로 생보사와 4%포인트 격차로 줄었습니다. 보험 계약을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을수록 해지율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요즘처럼 금리와 환율이 상승하는 경기 침체기에는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료 납입 부담으로 기존의 보험을 많이 해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IMF 사태가 일어났던 1998년에는 2년 보험 계약 유지율이 37.4%로 추락했습니다. 신용카드 대란으로 신용불량자가 속출했던 2004년에는 58.4%,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10년에는 57.0% 등으로 보험 유지율이 하락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경기에 따라 변동성이 있는 저축성 보험 보다는 보장성 보험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난해 도입된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하에서도 저축성보단 보장성 보험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쌓은 보험사들이 수익성이 좋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신계약 후 1개월 이내 청약을 철회하는 비중도 늘었습니다. 지난해 손보사들의 평균 청약철회비율은 3.90%로 전년 보다 0.29%포인트 올랐습니다. 청약철회비율은 2020년 4.10%, 2021년 3.84%, 2022년 3.61%로 줄어들다가 지난해 다시 반등했습니다.
 
생보사들의 청약철회비율도 지난해 6.51%로 전년 대비 0.25%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청약철회비율은 2020년 7.39%, 2021년 6.61%, 2022년 6.26%로 감소하다가 지난해는 다시 올랐습니다. 그 중 저축성보험 청약철회비율은 6.09%로 전년 대비 0.24%포인트 늘었습니다.
 
고금리 여파로 금리 매력이 사라지며 저축성 보험의 2년 계약 유지율은 지난해 65.4%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월12일 서울 한 보험회사 텔레마케팅 사무실이 텅 비어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보험계약대출, 이자 못내면 계약 해지
 
보험약관대출은 지난해 71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2020년 63조5000억원이었다가 3년 연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 계약을 유지하되 해지 환급금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일종의 담보 대출입니다. 이자를 연체해도 연체이자율이 적용되지 않고 신용등급에도 영향이 없습니다. 일반적인 대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해지 환급금을 담보로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황형 대출로 불리기도 합니다.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권고에 따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비교적 대출이 손쉬운 보험계약대출에 풍선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은행들이 연체율 관리에 들어가면서 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입니다.
 
반면 보험약관대출 가산금리는 0.3~0.5%포인트 낮아지면서 대출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금감원이 올해 1월 보험사의 약관대출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점검한 뒤 가산금리 산정 체계 합리화를 주문한 영향입니다. 급전이 필요한 보험 계약자들은 문턱이 낮아진 보험계약대출에 몰리고 있습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사 입장에서도 담보가 확실해 위험도가 낮습니다. 이자 미납이 지속되면 보험 계약이 해지돼 가입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보험사 또한 당장 손해를 보진 않더라도 미납으로 인한 보험 계약 해지가 늘어나면 결국 보험 유지율도 악화됩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계약대출은 새 회계제도 이후 보험사의 부채에 반영되지 않아 당장의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다만 보험계약대출이 대출 틈새시장으로 부상하면 결국 가계 대출 감소 취지와 맞지 않을뿐더러 보험사의 장기적인 이익에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은행의 대출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신용 조회 등이 필요없는 보험계약대출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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