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일본 ‘라인’ 성공 신화의 주역이자 이른바 ‘라인의 아버지’라 불린 신중호 라인야후 대표이사 겸 최고상품책임자(CPO)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이에 새롭게 구성되는 6명의 라인야후 이사진은 모두 일본인으로 채워집니다.
라인야후는 8일 결산 발표와 함께 대표이사 및 이사의 이동에 관한 공지를 올리고 이같은 인선을 고지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라인야후의 유일한 한국인 사내이사였던 신 CPO는 이사회에서 빠지게 됐는데요. 라인야후 측은 이와 관련해 “이사회를 독립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구성으로 변경함과 동시에 경영과 집행의 분리를 추진해 거버넌스 강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 CPO의 이사 퇴임일은 오는 6월 18일입니다.
또한 라인 야후는 이날 결산 발표회에서 네이버(
NAVER(035420))에 지분 매각을 요청한 사실을 공식화했습니다
. 일본 외신 등을 종합하면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
(CEO)는
“(우리는
) 모회사 자본 변경에 대해서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 그는 또 라인야후의 모회사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자본관계 재검토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와 관련 이데자와
CEO는
“결정된 사항은 없다
”라면서도
“소프트뱅크가 다수를 취하는 것이 대전제
”라고 말했습니다
.
라인야후가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면서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 사태는 네이버에 더욱 전방위적 압박으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이데자와 CEO는 네이버와의 관계 단절 의지도 피력했는데요. 그는 정보 유출 문제와 관련 사과를 하면서 “네이버에 대한 업무 위탁 종료를 순차적으로 추진할 것이고 기술적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네이버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이 같은 라인야후의 전략 변화로 인해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 타격도 불가피해졌는데요. 앞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기반해서 결정할 문제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라면서도 “이번 행정지도로 인해서 인프라를 분리해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방향성이 나왔기 때문에 인프라 매출 정도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권 2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라인의 지배권을 일본에 내주게 되면 ‘소버린 AI(주권 인공지능)’ 등 네이버의 신수종사업 글로벌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에 라인야후의 지분을 일부라도 매각을 하면 라인의 경영권은 일본에 넘어가게 됩니다.
라인야후가 네이버와의 관계 단절 취지의 발언을 비롯해 지분 매각 요청까지 공식화하면서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졌습니다. 일본 정부와 라인야후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인해 네이버가 키워온 라인을 통째로 일본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날 라인야후의 결산 발표 직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가 신중하고 민감한 경영적 판단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 정부가 얘기하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라며 “정부는 신중하게 국가 이익을 위해서 네이버와 협력하고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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