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정부가 적극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섰음에도 일본은 역사 왜곡을 넘어 우리 기업에 대한 경영권 압박까지 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외교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데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진은 야후 재팬과 라인의 통합 전 로고.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만든 합작사 Z홀딩스의 자회사인 야후재팬과 라인이 합병해 출범했다. (사진=뉴시스)
한일 관계가 미중 '전략 경쟁' 수준?…이례적 '경영권 개입'
일본 방송·통신 주무부처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개인정보 51만여 건 유출 사건이 발생한 '라인 야후'에 올해 들어 두 차례 행정지도를 내렸습니다.
'라인 야후'의 최대주주인 에이홀딩스는 전체 지분 64.5%를 가지고 있는데,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출자해 만든 합작법인입니다.
그런데 총무성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네이버 책임을 이유로 '라인 야후' 지분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습니다.
'라인 야후'가 위탁 계약 축소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놨음에도 2차 행정지도를 통해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지분을 추가 매입해 경영권을 장악하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라인 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관련해 <교도통신>은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에이홀딩스 주식을 조금이라도 취득해 에이홀딩스 출자 비율이 높아지면 라인야후 경영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네이버가 라인의 경영권을 잃게 되는 위기에 놓인 셈입니다.
문제는 민간 기업의 경영권에 대해 일본 정부가 이례적으로 지분 변경이라는 직접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차별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도 "한국 정부는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0월 일본의 통신 사업자인 NTT니시일본에서 982만 건의 사용자 정보가 유출된 바 있는데, 총무성은 올해 2월 재발 방지를 마련하라는 수준의 행정지도만 내렸습니다.
지난 2021년 페이스북 이용자 42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당시에도 일본 정부는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지는 않았습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페이스북 사태와 동등한 위치에서 대응해야 하는 것인데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도 우리 정부는 원론적 입장 표명만 했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우리 기업의 피해에는 적절한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대해 "한일 외교관계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김용희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문제는 민사적으로나 행정적 책임지면 되는 것인데, 지분 매각 지시까지 이어진 조치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외교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 기업을 정부가 지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틱톡 금지법의 경우 미중사이의 전략 경쟁에서 시작된 것인데, 한일 사이에 특별한 갈등이 없는 상황에서 경영권을 뺏길 처지에 놓인 것"이라며 "자칫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게 행정지도로 지분매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과도한 조치"라며 "한일 양국이 여러 채널을 통해 원만한 마무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습니다.
"일본의 경제안보 지키기 위한 조치" 반론도
다만 일본의 '경제안보' 측면에서 사안을 봐야 한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내에선 '라인야후의 경영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라인야후의 정보관리 허술함은 경제안보상의 리스크"라고 강조했습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네이버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일본은 현재 미국과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 개인정보유출이 중국이나 북한으로 넘어갔을 경우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틱톡 금지법을 발동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봐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네이버가 위탁을 맡긴 업체에서의 개인정보유출이 중국 쪽의 소행일 경우 일본의 '경제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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