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대표가 ‘무속인 유투버의 방송 시청 금지’를 윤석열 대통령의 실천 과제로 지적했다. 22대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을 반영하는 최소한의 실천사항 10가지라며 음주 자제, 김건희 특검 수용 등과 더불어 제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 일반의 민심을 듣지 않고 무속인 유투버 또는 극우적인 유투버에 의존한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비판적인 민심을 잘 수용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지적은 대체로 공감한다. 다만 그게 윤대통령의 검찰리더십 스타일 때문인지, 정말로 무속인들의 처방과 전망을 따르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윤 대통령이 그런 유투브를 즐겨보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윤 대통령의 검찰식 리더십이 야당의 사법리스크를 볼모로 더욱 굳어진 결과로 본다.
윤대통령과 무속인 관련 얘기는 후보시절 손바닥에 씌여진 왕(王)자 논란이 일면서였다. 당시 윤 후보는 다른 설명을 했지만, 이른바 천공 스님이 늘 어른거렸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배경으로도 거론됐다. 심지어 대통령 관저 선택에 개입한 것처럼 출판물에 표현돼 재판까지 진행 중이다. 무속인 개입설은 정부여당의 주장처럼 사실무근이거나 야당의 과장된 정치공세일 수 있다. 천공의 자가발전이 확대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국정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두고 대통령실의 대처는 미온적이었다. 왜곡이든 과장이든 논란거리를 남겨 둔 셈이다.
유투브 방송이 주도하는 정치여론 문제는 일찍부터 지적돼왔다. 무속인 유투버 문제를 지적하니 내게는 ‘정치 무당’ 논란이 떠올랐다. 지상파 라디오와 유투브를 오가며 민주당 내부의 정치여론을 주도해 온 김어준씨를 두고 강준만 교수가 규정한 ‘정치 무당’이다. 부정확한 사실에 음모론을 섞어서 선동하는 정치굿판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의 유력 공천 후보자들이 제례의식처럼 김어준 방송을 거쳤고 당선자들의 다수가 인증 삼아 출연하고 있다.
물론 무속인이나 무당의 활동 자체가 비판 대상은 아니다. 이런 직업이나 소명을 갖지 않은 우리들도 때론 무속적 믿음이나 기대에 의존한다. 그러나 국민여론과 합리적 판단에 따라야 할 국가운영을 무속에 맡길 수 없는 일이다.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주체로 간주되고 있는 정당이 음모론과 선동의 무대가 돼서는 안된다. 나치의 역사에 보듯이 음모론과 선동은 포퓰리즘의 기본 도구이다, 안타깝게도 음모론과 선동이 동원되는 포퓰리즘이 우리의 정당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 등에서도 종교처럼 동원되는 포퓰리즘 정치가 지적되고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심각하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1년반 전에 <포퓰리즘의 정치전쟁, 종교화된 진영정치>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22대 총선에서 종교화된 진영정치는 더 악화됐다. 홍위병을 거느린 교주정치는 일단 성공했고, 팬덤을 등에 업은 '벤데타' 정치가 가세했다. 두 형사피고인이 선거 승리를 주도한 세계 정당정치사 초유의 기록도 세웠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선거가 바로 정치개편의 무대이다. 22대 총선이 선거의 심판 기능은 보여주었지만, 정치의 발전적 재편 계기는 되지 못했다. 물론 민심이 심판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성찰이 우선이다. 대통령이 홍보수석 역할을 직접 하는 것이 소통이라는 인식이라면 희망이 없다. 소통은 비판여론에 호응하고 수렴하는 것이다. ‘3년도 너무 길다’고 했지만, 교주정치와 벤데타정치가 주도할 4년도 걱정이다.
김만흠 전 국회 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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