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소상공인 지원기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이전을 두고 대전시·중구청 등과 소진공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논란은 소진공이 오는 6월 본부 사옥을 중구 대흥동에서 유성구 지족동으로 옮긴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됐습니다.
대전시와 중구청, 중구의회와 인근 지역의 상인회 및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소진공이 떠나면 대흥동과 선화동, 은행동 인근의 상권 및 지역경제가 침체될 것이며 인근 상인들이 타격을 입고 말 것이라고 극렬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전이 소상공인 지원기관이라는 소진공의 설립취지와 맞지 않다고도 말합니다. 최근에는 '소진공 이전반대 저지 투쟁 대책 위원회'도 발족하며 본격적인 이전반대운동 전개를 예고했습니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자리한다는 것만으로 원도심의 공동화를 막을 수 있는 것일까요?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전국에 쇠퇴하고 침체되는 상권 및 지역은 금세 사라질 겁니다. 도심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을 해당 지역으로 이사시키면 될 테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전통적 교통수단인 기차역 중심으로 발달했던 구도심이 쇠퇴하고, 도시계획에 의해 세워진 신도심이 부상하는 도시발달사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소진공이 떠나면 지역경제가 흔들리고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이 납득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대형 공공기관이나 외부적인 환경에 기대어서는 지속적인 생존을 담보할수 없는 '무한경쟁' 시대가 된 지 오래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필수일 것입니다. 소진공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는 대전을 대표하는 명물 빵집인 '성심당 본점'이 있습니다. '침체된' 대전 원도심에 위치하는 데도 불구, 성심당은 대기업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죠.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독보적인 브랜드를 구축해, 쇠퇴하는 대전 중구 상권에 오히려 방문객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성심당은 소비자에게 선택 받기 위해 노력하며 변화해온 중소상공인의 모범사례일 것입니다.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역 내 상인들과 자영업자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으로 이를 보완해야 할 주체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대전시와 중구청은 소비자를 유인할 만한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특색 있는 상권을 조성해 구도심을 활성화해야 할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소상공인 전담기관이라는 이유로 소진공에 도심활성화라는 원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은 대전시의 존립 이유와 의무를 망각하는 일입니다.
대전시와 중구청의 몽니는 향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요. 대전시로 이전을 희망하는 공공기관이나 협·단체가 과연 앞으로 나올 수 있을까요? 발 한번 들였다가 이사도 제 맘대로 하지 못한 채 비난의 화살을 받는 소진공의 사례를 그 누구도 답습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그 누구도 대전으로 이사를 엄두 내지 못하겠지요. 대전시와 중구청, 중구 상인회 등의 소진공 이전 반대운동이 오히려 잠재적 경제주체들의 진입을 막아 대전 중구 도심의 공동화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이보라 중기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