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렬한 반성도, 깊은 성찰도, 적극적인 쇄신 의지도 없었습니다. 더 혼나야 합니다."
4·10 총선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정부·여당이 보여준 태도는 이 두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그렇게 처참한, 역대급 최악의 총선 성적표를 받았는데도 말입니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반감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비호감을 넘어선 선거였습니다. 사실 정부·여당의 참패는 예견된 결과였습니다. 이미 국민들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경고장을 보내왔습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요. 보궐선거라는 모의고사를 치르고도, 문제와 답안이 똑같이 주어졌는데, 똑같은 시나리오가 재현됐다는 것은 결국 '실천 의지'가 없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실천 의지'가 없는 정부·여당에 민심이 회초리를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지요.
문제는 회초리를 맞고도, 민심이 제대로 화가 났는데도 반성도, 처절함도, 위기의식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윤 대통령은 떠밀리듯 뒤늦은 반성문을 내놓으면서도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자랐다"며 국정기조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4·10 총선 후 엿새 만에 직접 밝힌 소회였지만, 통렬한 반성은 엿보이지 않았습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16일 연이어 4선 이상 중진 간담회, 당선인 총회를 열었습니다. 집결한 이유는 총선 참패에 따른 당 수습 방안 논의를 위한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4선 이상 중진 간담회는 처절한 자성 메시지도, 위기 수습 방안도 제시하지 못한 데 이어 당선자 총회 역시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결의문만 낭독하다가 끝났습니다. 총선 참패 일주일이 지나도록 반성과 변화를 보여주긴커녕 안이하고 무기력한, 무능력한 모습만 반복했습니다.
오히려 여당은 차기 권력을 위한 당권 싸움에만 몰두하면서 또다시 실망감을 안겨줬습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하자마자 한쪽에선 비대위부터 다시 꾸리자며 기선 제압에 나서고, 다른 한쪽은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로 직행하자고 맞서는 등 어리석은 모습부터 노출했습니다. 민심이 등을 돌린 데 대한 원인 파악과 뉘우침부터 보여야 할 것을, 어리석게도 자리 다툼만 보여줬습니다. 정작 국민은 누가 당권을 잡든 별 관심도 없는데 말이지요.
4·10 총선에서 민심이 보낸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는 경고를 정부·여당에 엄중하게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은 늘 옳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대통령과 여당이 정작 민의를 못 읽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통렬하게 반성하고 깨달아야 합니다. 더 혼나기 전에 뼛속까지 뉘우치고 성찰해야 합니다. 아직 윤석열정부 임기는 3년이나 남았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정부·여당은 보수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국민과 동행하는 국정운영의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민심의 엄한 꾸짖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박진아 국회2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