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불황의 석유화학, 10년 만 구조조정 논의 착수
NCC업체 대상 합종연횡식 산업 재편 논의
2015년 PTA업체 논의했다가 흐지부지
구조적 불황 빠진 산업계 전반 확대 '예의주시'
2024-04-15 06:00:00 2024-04-15 0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불황에 허덕이는 석유화학업계가 정부와 산업 재편 논의를 재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공급과잉에 빠진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에너지스, 대한유화, 여천NCC 등 NCC(납사크래커)업체들이 대상으로, 10년 만의 구조조정 논의입니다. 석유화학처럼 중국에 추격당해 구조적 불황에 빠진 산업 분야들이 늘어난 만큼, 이번 논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LG화학 여수 NCC공장 전경. 사진=LG화학
 
15일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합종연횡식 인수합병(M&A)을 중재하는 게 기본 논의 방향”이라며 “특정 NCC업체가 먼저 건의해 논의가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논의 과정에서 NCC사업 비중을 줄이려는 업체가 있는 반면 적자에도 버틸 수 있다는 곳도 있어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산업 구조조정은 '글로벌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비교적 성공 사례들을 남겼습니다. 중국은 철강 및 태양광 등의 분야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중소 로컬기업의 퇴출을 유도해, 규모의 경제를 이룬 대형 기업들만 시장에 남았습니다. 이를 통해 내수 경쟁을 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전략입니다.
 
국내의 경우 정부가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기에는 한계가 있어 흐지부지된 선례들도 있습니다. 앞서 2015년에는 중국의 자급력 확대로 구조적 불황이 극심했던 석유화학업계가 구조조정 논의 대상에 올랐습니다. 당시 한화, 롯데, 효성 등 화학섬유계열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제조사들은 정부의 중재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LG화학은 자체적으로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NCC 자산 매각을 협상했다가 무산된 바 있습니다. 롯데케미칼도 타이탄 매각을 검토했습니다. 이들은 비교적 이번 협상에도 능동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하지만 여타 업체들은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천NCC는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절반씩 출자한 공동기업이라 의사결정구조 자체가 복잡합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도 한화와 토탈에너지의 공동출자 기업입니다. NCC사업이 주력인 대한유화는 기업 존속이 걸린 문제입니다.
 
합의가 어려운 만큼 논의는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는 먼저 당면 과제인 나프타 탄력관세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본관세 0% 수준을 계속 유지하도록 정부에 지원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번 구조조정 논의가 시작된 계기도 NCC업체들이 정부에 경영난을 호소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중국의 자급력 확대에다 역내 경기부진까지 더해져 석유화학 외에도 산업 재편이 필요해진 업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중국 수출 규모가 큰 전자기기, 정유제품, 일반기계, 정밀기기, 디스플레이 등이 해당됩니다. 재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의 경우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돼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며 “하지만 소·부·장은 다 연계돼 있어 한 쪽이 기울면 산업 전체가 무너진다. 소외받는 업종이 없도록 정부가 두루 살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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