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발주 직렬리액터 '입찰'…알고 보니 짬짜미로 '얼룩'
삼정전기공업·쌍용전기 등 4곳 덜미
사전 낙찰자 정하는 방식 담합 '231건'
공정위, 과징금 8억5300만원 부과
"공공 분야 담합 감시 강화"
2024-03-24 12:00:00 2024-03-24 12:00:00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발주한 직렬리액터(Series Reactors)와 방전코일(Discharge Coils) 구매 입찰에 짬짜미한 업체들이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2년 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7년간 한전이 발주한 직렬리액터, 방전코일 구매 입찰에 담합한 사업자 4곳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8억5300만원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습니다
 
조사 내용을 보면 덜미를 잡힌 4곳 업체는 삼정전기공업, 쌍용전기, 한양전기공업, 협화전기공업입니다. 이들은 물량을 균등 배분하기로 합의하고, 사전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담합했습니다.
 
입찰 담합 건은 직렬리액터 101건, 방전코일 130건 등 총 231건에 달했습니다. 
 
한전이 직렬리액터와 방전코일 구매 입찰을 발주한 것은 1990년대부터입니다. 정전 사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전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국산업표준(KS) 규격 인증 제품 구매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2년 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7년간 한전이 발주한 직렬리액터, 방전코일 구매 입찰에 담합한 사업자 4곳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8억5300만원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직렬리액터는 전기 공급 효율성을 높이고자 콘덴서에서 나오는 고주파를 차단하는 등 과열, 기기 오작동의 부작용을 방지하는 제품입니다. 방전코일은 콘덴서 전원에 남은 전류 전력을 떨어뜨려 감전 사고 등을 방지합니다.
 
1990년대 당시 KS 규격 인증을 받은 사업자는 삼정전기공업 등 4곳 업체뿐이었습니다. 이들만 한전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입찰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졌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입니다. 4개 사 대표는 누가 낙찰받더라도 낙찰 물량을 '4분의 1'씩 균등하게 나눠 갖기로 하는 기본 합의를 맺었습니다.
 
4개 사 실무자는 곧바로 사전 낙찰(예정)자와 입찰 가격 결정 방식 등에 대해 세부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번갈아 가며 낙찰을 받았습니다.
 
낙찰(예정)자는 한전이 사전 공지한 기초금액보다 조금 낮게 써내고, 들러리 사는 기초금액보다 조금 높게 써내는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합의 초기에는 각 입찰 건마다 4개 사가 모두 참가했지만, 2007년부터는 입찰 참가 방식을 변경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홀수 연도에는 삼정전기공업과 쌍용전기가, 짝수 연도에는 한양전기공업과 협화전기공업이 서로 짝을 이뤄 입찰에 참여하는 등 서로 들러리를 섰습니다.
 
물량 배분도 서로 입을 맞춰 이뤄졌습니다. 입찰 건별로 낙찰받은 사업자는 다른 3곳 업체에 낙찰 물량을 균등하게 4분의 1씩 배정했습니다.
 
예를 들면 한전이 2015년 1월 22일 공고한 방전코일 구매 입찰 건에서 낙찰받은 쌍용전기가 낙찰 물량 251개를 쌍용전기(62개), 협화전기공업(61개), 삼정전기공업(61개), 한양전기공업(61개) 등 각 사에 4분의 1씩 나눠주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3개 사의 배정 물량은 완제품으로 제조해 쌍용전기에 납품하면, 쌍용전기는 이를 취합해 한전에 납품했습니다. 그 뒤 운반비와 하차비 등 관련 제품 대금 및 비용을 사후 정산했습니다.
 
이러한 담합행위는 2019년 종료됐습니다. 4곳 업체 외에도 KS 인증을 받은 신규 사업자가 여럿이 직렬리액터, 방전코일 구매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이득규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입찰담합조사과 과장은 "이번 조치는 공공 분야 구매 입찰에서 은밀하게 장기간 유지됐던 담합행위를 적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공공 분야 입찰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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