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의료대란 한 달, 다시 쓰는 글
2024-03-19 06:00:00 2024-03-19 06:00:00
한 달 전,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를 반대하며 의료 현장을 떠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는 글을 썼었습니다. 한 달 후가 지난 지금, 상황은 더 악화되며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작금의 현실을 비판하는 글을 또다시 써야겠습니다.
 
이제는 의대 교수들도 떠난다고 합니다. 전공의 약 1만명의 집단 사직, 의대생 약 7000명의 동맹 휴학에 이어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을 사직서 제출 시기로 제시한 가운데, 서울의대를 비롯한 16개 의대 교수들은 이미 사직서 제출에 결의했습니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해도 환자 진료를 계속할 것이라고 하지만, 환자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중증 환자들의 최후 보루였던 의대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난다면 의료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될 것이고, 의료 대란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으로 남겠지요.
 
집단행동을 통해 제자들에게 불이익이 가해지지 않도록 지키겠다는 의대 교수들의 취지는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내심 의대 교수들이 제자들의 복귀를 설득하고 정부와 의료계의 중재를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기대감이 있어서인지 실망감도 큽니다.
 
의대 교수들이 불안에 떠는 환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직업윤리에 어긋난 이 같은 집단행동은 한 달 전 전공의들이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의대 교수들은 제자들을 위해 집단 사직에 동참할 것이 아니라, 제자들에게 일단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함께 싸우자고 했어야 합니다.
 
물론 정부와의 대화나 타협이 현재로서는 출구 없는 치킨게임과 같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의·정 협의는커녕, 의·정 갈등만 부추기는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에도 분명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치킨게임이 출구도, 승자도 없는 게임인 것을 알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정부 역시 의·정 갈등의 피로도가 극도로 쌓인 작금의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합니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비상 진료체계로는 계속 갈 순 없습니다. 의료 공백 불안감과 피로감이 커진 국민들은 정부의 제대로 된 위기관리 역할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유연한 자세로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에 국민들은 이제 피로합니다.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 제자를 지키는 방법일 수 없다"는 정부 당국자의 말이나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 차이를 떠나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과업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어느 대학 총장의 호소는 더 이상 와닿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그저 '의사'가 '필요'합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의사 불패'를 이어가자는 싸움은 그만둬야 합니다. 정부 역시 일방적 밀어붙이기에서 선회해야 합니다. '2000명 숫자 지키기', '기득권 지키기'는 그만 내려놓고 의·정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합니다.
 
박진아 국회2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