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알체라(347860)의 유동성에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지난 2021년 발행한 2회차 전환사채(CB)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채권자들과 협의해 기한이익상실은 막았지만, 기존 0%였던 이자율이 4%까지 올라 회사의 부담은 더욱 커졌습니다. 업계에선 알체라의 추가 자금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알체라는 지난 7일 2회차 CB 57억5000만원을 만기 전 상환했다고 공시했습니다. 해당 CB는 알체라가 지난 2021년 총 230억원 규모로 발행했으며, 현재 미상환 CB 규모는 172억5000만원 규모입니다.
(사진=알체라 홈페이지 캡처)
알체라가 CB 상환에 나선 것은 사채권자들의 풋옵션 행사요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해당 CB의 발행 당시 전환가액은 3만8116원으로 리픽싱(전환가액조정) 한도는 발행 당시의 70%인 2만6682원으로 결정됐습니다. 다만 알체라의 주가 하락이 이어진 탓에 해당 CB는 주식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조기상환하는 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2회차 CB의 주식전환이 가능했던 2022년 11월 알체라의 주가는 8000원대 수준으로 전환가액보다 70% 이상 낮은 수준에서 거래됐습니다. 이날 알체라는 63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해당 CB의 풋옵션 청구는 오는 8월부터 가능했는데요. 주가와 전환가 차이가 4배에 달하는 만큼 풋옵션 행사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습니다.
알체라는 유상증자를 통한 CB 상환을 계획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습니다. 금융감독원에서 수차례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알체라는 다섯 차례나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끝에 결국 지난달 20일 유증 철회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알체라는 “금융감독원 회계감리국으로부터 2022년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 심사·감리 진행 중으로 정정신고서 제출이 지연돼 유상증자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알체라는 지난 2020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외부 자금조달을 통해 버텨왔습니다. 기업공개(IPO)를 포함해 1~2회차 CB 발행, 유증 등 상장 후 조달한 자금만 986억원에 달합니다.
외부 자금줄이 막히면서 알체라의 유동성 위기도 커지고 있습니다. 영업적자와 순손실이 이어지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알체라의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108억원, 131억원입니다. 같은 시기 누적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169억원, 225억원에 달합니다.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없으면 자본잠식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회사의 곳간도 비어가고 있습니다. 307억원에 달했던 현금성자산은 지난 3분기 기준 39억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유증이 막히자 알체라는 서둘러 사채권자들과 협의에 나섰습니다. 예정됐던 풋옵션 행사 기간 전에 원금의 25%(57억5000만원)를 상환하고 행사 시점을 올해 8월에서 내년 2월로 6개월 미뤘습니다. 이 과정에서 0%였던 CB의 만기이자율은 4%로 높아졌습니다. 결국 이자비용 등 부담이 더 커졌는데요. 원리금 지급 불가에 따른 ‘기한이익상실’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에선 알체라가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 풋옵션 행사기간을 미루면서 시간을 벌긴 했지만, 풋옵션 행사 시점이 돌아오면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외부자금 조달을 통해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알체라의 CB 풋옵션 대응 및 추가 자금조달 여부 등 문의를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알체라 2회차 CB 정정신고서. (사진=금융감독원)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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