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을 표현하는 다른 말로 ‘시대정신’이 있습니다. 과거의 역사는 대개 ‘공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특정 지역의 역사에서 특정 시대의 역사가 곧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한 세대 30년의 역사를 정리하면, 대한민국의 건국, 산업화, 민주화, 복지화가 시대정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정신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운동권 청산”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윤석열 심판”도 하나의 ‘선거 구호이자 유행’입니다. 정치가 유능해야 선진국 대한민국이 가야 할 앞날을 생각하는 시대정신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시대정신의 흐름 속에서 한 단면을 이루는 것이 민심입니다. 민심은 투표 결과를 받아보기 전에는 아무도 장담 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은 여론조사로 알게 된 결과치를 민심으로 착각합니다. 여론조사는 일정 시기에 확인된 오차범위가 있는 계량화된 수치에 불과합니다. 오차범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가 정당의 후보자를 선출하는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당심은 당원투표(여론조사 방법의 투표 형식)로 하고, 민심은 여론조사로 투표를 가름합니다. 여론조사가 정당의 후보선출 수단으로 사용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2002년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노무현 바람을 불러일으킨 경험의 산물입니다. 지금은 양당 모두가 여론조사식 투표방식을 사용합니다. 과거 전자민주주의에 대한 막연한 지향과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 게시판 문화와 함께, 직장인 생활인의 참여방식으로 온라인 투표가 결합하여서 정당의 현장 대중동원을 대체해 갔습니다.
여론조사가 곧 민심은 아닙니다. 그러면 여론조사로 알 수 있는 민심은 없을까요? 동양에서는 민심을 물에 비유하고, 권력과 정치는 배(선박)에 비유하죠. 그래서 정당의 측면(배)에서 보면, 민심과 함께하려는 배의 평형수(Ballast Water)가 바로 총선 민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총선은 회고적 투표이자 심판선거라고 합니다. 현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평형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갤럽(이하 갤럽 2024. 03. 첫주)을 기준으로 대통령 직무 수행평가에서 잘하고 있다 39%, 잘못하고 있다 54%입니다. 바닥 민심은 정권 심판을 깔고 있습니다. 배의 평형수를 대체하는 것이 화물입니다. 어떤 화물을 신느냐에 따라 무게중심이 흔들릴 수도 있고, 중심을 잘 잡아서 안전하게 운항을 계속할 수도 있습니다. 각 정당의 지지도, 당 대표자 호감도와 지도력 등이 곧 배의 화물입니다. 지지하는 정당은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1%, 개혁신당 3%,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진보당 각각 1%였습니다. 또 다른 여론의 지표로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 39%,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 35%, 양대 정당이 아닌 제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 16%로 나타났습니다.
여당 야당은 각각 공천 과정에서 무음공천과 소음공천이라는 언론의 세평이 있었고, 각 당은 고인 물과 썩은 물 논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각 당은 리더십의 한계를 보이면서 혼돈상태로 진입했습니다. 총선 승리라는 목적지에 가려면 외부의 바람과 조류(총선 이슈)를 이겨내야 하는데, 현 선장(당 대표)의 항해술로는 파고를 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A와 B라는 두 배만 항해하면, 잘하든 못하든 둘 중의 하나만 선택했습니다. 2024년 총선의 시대정신, 민심을 생각하면, 양당이 아니라 다양한 경쟁자 중에서 제일 안전하면서도 빠르게 항해할 수 있는 선장 배를 고르는 것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선택입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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