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저PBR(주가순자산비율)에 해당하는 포스코, 현대차 등의 연초 현금이 감소해 배당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골자는 주주환원으로, 대표적인 게 배당확대입니다. 근래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사업 확장으로 투자가 늘어나고 고금리에 자금조달이 힘들어진 기업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PBR지수에 의거 배당확대를 요구할 경우 기업 부담이 작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26일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되는 가운데 각사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 감소 폭이 큰데(2022년 3조5604억원서 2023년 1조8458억원) 시설투자는 2조 가까이 늘렸습니다(4조9275억원서 6조7218억원). 그래서 배당도 2022년 1조2184억원에서 2023년 8154억원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실적 부진에 투자 확대로 보유 현금(현금성자산 포함)은 2022년말 8조532억원에서 2023년말 6조6708억원까지 감소했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이익은 커졌는데(7조9836억서 12조2723억원) 역시 시설투자 부담이 큽니다. 4조149억원에서 7조707억원까지 투자비를 늘렸습니다. 배당은 실적에 힘입어 1조3549억원에서 2조4990억원으로 확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금은 20조8648억원에서 19조1666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저PBR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이익이 큰 폭 줄었으나(55조6540억서 15조4871억원) 시설투자를 49조4304억원에서 57조6112억원으로 늘렸습니다. 유동성이 경색된 와중에도 배당은 전년과 비슷한 9조8000억원대를 유지했습니다. 현금은 49조6807억원에서 69조808억원으로 크게 늘었는데 문제는 차입금을 늘린 부담입니다. 단기차입금이 8조3391억원 순감소했던 2022년과 달리 2023년엔 2조1454억원 순증가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오래된 무차입경영이 끊긴 형편입니다.
이처럼 현재 보유 현금이 많아도 실적이 부진하거나 투자 확대가 지속돼 다가올 자금사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기업의 유동적인 사업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자본을 주가와 단순 비교해 시의성이 떨어지는 PBR 지수만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을 들여다 봐야 알겠지만,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거나 투자확대로 인해 자금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고금리가 장기화돼 차입금 부담도 커지는 형편에 PBR만 따져 현재 자본이 많다는 이유로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할 경우 경영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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