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과 관련 소통 행보에 나서며 입법 추진에 잰걸음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요 플랫폼 업계와는 만남을 갖지 않고 있는데요. 여기에 명확한 기준이 공개되지 않고 추측과 해명만 이어지는 등 혼란만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추진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6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경제6단체, 소비자단체, 소상공인연합회, 언론 등을 만나 법안 제정 취지 설명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공정위는 플랫폼법 제정 최종안이 마무리 단계임을 밝히고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데요. 정작 플랫폼법의 이해당사자로 거론되는 주요 플랫폼 업계와는 소통을 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만 커지고 있습니다.
플랫폼법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를 매출액
, 이용자 수
, 시장점유율 등에 따라
‘지배적 사업자
’로 사전 지정하고 자사 우대
, 끼워팔기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 국내에서는 포털 분야 네이버(
NAVER(035420))
, 메신저 분야
카카오(035720)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유력한 규제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
플랫폼법 (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지난 9일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소속된 ‘디지털경제연합’과 만나려 했지만 결국 불발됐는데요. 이에 대해 공정위는 “업계의 취소로 실시하지 못했지만, 업계가 요청하는 경우 언제라도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힙니다.
하지만 디경연의 입장은 다릅니다. 디경연 측 관계자는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플랫폼법의 대략적인 안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지만 공정위가 못 주겠다는 취지로 답을 했다”라며 “이후 입장을 정리해서 답을 주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안 주고 있고 만남이 계획된 것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25일에도 암참을 찾아 입법 취지 설명에 나섰는데요. 그마저도 규제 대상으로 지정될 것으로 관측되는 구글, 애플,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빠졌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엉뚱한 곳에 가서 플랫폼법 협조를 구하고 있는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공정위가 명확한 기준을 아직도 밝히지 않고 있어 ‘깜깜이 입법’ 우려도 나오는데요. 이런 상황 속 공정위 내부 당국자의 말을 통한 특정 업체 지정 제외 보도가 나오고 이를 공정위가 또 “전혀 확정된 바 없다”라고 해명하는 등 혼란이 심화돼 플랫폼 업계 속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법은 규제의 오류에 빠질 수 있는 법”이라며 “그럼에도 협조를 구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하겠다면 내용의 세부 기준을 공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안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업계와 이야기를 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니까 업계가 더 힘들어하는 것”이라며 “속내가 뭔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반발의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다른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법을 ‘두더지 잡기’ 게임에 빗대 “크면 때리겠다는 규제”라며 “단순히 규모가 크고 점유율이 높다고 규제를 하는 것은 플랫폼 사업 자체를 키울 수 없게끔 하는 형태의 규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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